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됐고, 향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최저임금 1만원 이후’의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소상공인에게 더 큰 부담이 되는 불공정 갑을관계를 방지하고, 임대료 상승 등을 조정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나와 실질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1만원, 상생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중소기업연구원의 노민선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 직후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보면 준비가 돼있던 것 같고, 중소기업연구원이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정부가 준비해야 할 대책으로 제시할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그간 노동정책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던 최저임금 대책을 기업정책 관점과 조화시킬 것”을 제안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최저임금 차등화 vs 적정·공정 임금제=1만원까지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 예상됨에 따라, 최저임금의 차등적 적용이 필요하다는 경영계 의견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역·산업·연령에 따른 구분과 뿌리산업과 외국인근로자 고용기업에 대한 차등화 방안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정욱조 인력정책실장은 “업종별, 지역별, 연령별 차등화는 독일, 일본 등 이미 해외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며 “업종별로 차등화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법에 명시돼 있지만, 노동계의 반대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은퇴자나 퇴직자의 경우 최저임금 이하로도 취업할 의사가 있는데, 반영이 안되고 있다. 또 뿌리산업의 경우 내국인근로자는 채용하기 어렵고, 외국인근로자에게는 기업에서 숙식을 함께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을 주장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지금도 최저임금제도가 제대로 안지켜 지고 있는데, 차등화한 최저임금이 지켜진다는 보장이 없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오히려 최저임금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특정직종에 대해 지급해야 할 적정임금액을 결정하고, 이를 따르도록 하는 ‘적정임금제’ 또는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대기업 노동자의 80%까지 올리는 ‘공정임금제’를 도입해 업종에 따라 어떻게 적정한 임금을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낫다“고 반박했다.

◇소상공인 전용 바우처제도 신설=종업원 10인미만 소상공인에게도 바우처를 지급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육아휴직급여 인상액, 아동수당 신규 지급액, 노령 기초연금 인상액 등의 일부를 바우처로 지급하고, 이를 자영업자 상점이나 전통시장에서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매출확대에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소상공인 역량강화를 위해 창업을 할때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창업단계별 교육을 활성화하고, 폐업이 쉽지 않은 소상공인에게 재창업·재도전 교육과 임금근로자로의 전환을 위한 취업교육을 강화해야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 또 과밀·생계형 업종을 특화 및 비생계형 업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인건비 증가 소상공인에게 보조금 지급=종업원 10인미만 소상공인의 경우, 최저임금제도 준수와 고용유지 여부를 판단해 인건비 증가분중 일정비율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노 연구위원은 “소상공인에게 세제지원 공제율을 상향조정하는 형태만으로는 ‘언발에 오줌누기’라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기간경과에 따라 보조금 지급비율을 하향조정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근로자 급여인상을 유도하기 위해 근로소득 증대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할 수도 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서는 근로소득 증대기업에 대해 10%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다. 노 연구위원은 “일본은 중소기업이 근로자 임금을 전년대비 2% 증가시킨 경우, 증가분에 대해 기존 공제율 10%에서 올해 4월부터 22%로 상향조정했다”며 “우리나라도 현행 조특법에 따른 연구개발비와 인력개발비에 대한 공제율과 동일한 수준인 25%까지 상향할 필요가 있다. 또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최저한세 적용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함께 종업원 10인미만 소상공인의 경우 부담금관리기본법상의 부담금을 원칙적으로 면제하자고 제안했다. 또 소규모 사업장에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대상을 건강보험과 산재보험까지 추가하고, 대상 근로자범위도 월 140만원 미만에서 월평균 최저임금의 110%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노 연구위원의 주장이다.

◇핵심은 불공정 갑을관계 방지와 임대료 해결=경실련 권오인 팀장은 “아르바이트와 가맹사업자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본사들은 가만히 앉아서 챙겨가는 수익구조가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또 협력·하청업체에 대한 기술탈취, 납품단가 문제 역시 해결이 안되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분의 납품단가 연동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는 원천적으로 재벌대기업이 갑질을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영업자에게는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상인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대표되는 임대료 문제가 최저임금 보다 더 큰 부담이다. 중소기업청의 이병권 소상공인정책과장은 “건물주가 임대료라는 형식으로 착취하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에따라 상가건물임대차 권리금 보호기간을 강화하고, 계약갱신요구기간을 5년에서 10년까지 늘리는 대책을 내놨다. 빠른시간 안에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자영업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정욱조 실장은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도 많아 ‘어음’ 수준의 대책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며 “단계적 인상이라면 얼마를, 몇 %인지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 또 적합업종에 대해서도 두루뭉술 강화한다고 말하기 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 예를들어 법제화 한다고 밝혀야 한다”고 했다.

노 연구위원은 “정부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소상공인 보조금으로 3조원을 지원한다는 것에 대해 비판도 있지만, 그 자체가 시장에 보낸 시그널로 여겨진다”며 “전문가들은 인건비 형태로 보조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지만, 재정투입 자체는 의미가 있다. 소상공인에게는 보조금 형태가 효과가 큰 것은 사실이며, 향후 세제와 병행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전년대비 16.4% 인상한 7530원(시급)으로 결정했다. 이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보전하기 위해 ▲카드수수료 인하와 사회보험료 지원 확대 등 경영비용 부담 완화 ▲하도급 납품단가 조정 등 대·중소기업간 불공정 거래관행 해소 ▲상가임대차 보증금·임대료 인상률 상한선 인하 및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대책을 16일 발표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