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만들고 그 물건을 파는 소상공인은 우리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하고 있으면서도, 우리 사회에서는 가장 존재감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소상공인의 생존권 문제가 노동자 문제보다 더 심각합니다. 노동자보다 더 경제적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전순옥 이사장은 “국회의원 시절, 각계각층에서 저마다의 다양한 민원을 가지고 국회의원을 찾아왔다. 그러나 그 속에 소공인과 소상인은 없었다”며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낼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위원장과 소상공인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전순옥 이사장은 전체 사업체 수의 86%를 차지하고 있는 소상공인이 경제·사회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나, 소상공인이 갖는 중요성에 비해 경제적 위치는 열악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경제의 풀뿌리 동력이자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는 소상공인은 그동안 각각의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며 사회의 고질적인 불공정한 경쟁 환경에 놓여있으면서도,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청이 2013년 실시한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창업자의 80%가 생계형이다. 또 영업이익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고, 체계적인 교육기회와 매뉴얼도 부재한데다, 기술·자금력의 한계로 자체적인 제품 및 기술 개발도 어려운 현실이다. 소상공인의 48%는 고용인을 두지 않고, 사업주 혼자 운영하거나 가족 중심으로 꾸려가고 있다.

‘존재감 없는’ 소상공인의 목소리 낸다…소상공인특별위원회 구성

전 이사장은 19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위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이후, 소상공인의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2014년 소상공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맡았다.

“국회의원 시절, 각계각층에서 저마다의 다양한 민원을 가지고 국회의원을 찾아오더군요. 그러나 그 속에 소공인과 소상인은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가기에 바쁜 나머지 조직을 꾸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방법조차 몰랐기 때문이죠.”

전 이사장은 소상공인특별위원장을 맡으며 전국의 소상공인 현장을 찾아다녔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에 불을 지핀 고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기도 한 전 이사장은 그동안 노동현장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 그가 소상공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80~90년대 생산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공장에서 사라지면서 생계를 위해 기계를 갖추고 직접 생산하며 소공인으로 전락하고, 그 과정에서 대기업에서 최대 6차까지 이어지는 중간 벤더의 착취구조에 놓이게 된 현상을 목격하면서부터다. 전 이사장은 지난 2014년 ‘도시형 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 해 통과시킨 장본인이다.

전순옥 이사장은 “소상공인에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공공입찰에 소상공인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물론 노동환경도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아직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노동현장에는 그들을 대변할 양대노총이 있습니다. 소상공인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통일된 조직도 마련되지 않은 존재감 없는 계층이죠. 소상공인들이 해야 할 일은 다 함께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혼자 가게를 열고 운영하며 어려움도 혼자 감내하다보니, 정부도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체계적인 연구 데이터조차 없다…소상공인연구원 설립

소상공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국회에서 활동을 시작했지만, 막상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연구 데이터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전 이사장은 소상공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그들이 처한 현실을 파악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사)소상공인연구원을 설립했다. 현장에 기반해 전국 700만 소상공인의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올바른 정책을 생산·제안하기 위해서다. 

소상공인연구원에서는 개원 후 지속적으로 소상공인 문제를 공론화하고 정책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전 이사장은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과 조직은 이제 겨우 도입기를 지난 상황이어서 대부분 지원정책에 치우쳐 있고, 일관된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행히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한 ‘정부조직법’에는 중소벤처기업부에 소상공인정책국을 둔다는 내용의 당초 정부조직개편안을 수정, 소상공인정책실로 승격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동안 업계와 정치권에서 꾸준히 이의를 제기한 덕분이죠.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이 확실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업계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소상공인에게도 공공조달 참여 기회…분리발주 시스템도 도입

전 이사장은 소상공인에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공공입찰에 소상공인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현재 조달청의 나라장터 공공입찰에 제조업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급하는 ‘직접생산확인증명서’를 구비해야 한다. 현실에선 중소기업에만 직접생산확인증명서가 발급돼, 소상공인이 성장해갈 수 있는 기회가 가로막혀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사업을 발주할 때도 사업전체를 한 사업체에 발주하는 것이 아닌 분리발주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했다. 정부가 건축물에 대한 발주를 할 때 현재는 건설회사가 참여해 해당사업을 수주하고, 그 사업에 포함된 전기·가구·블라인드 등 세부 사업은 건설회사의 재량에 맡긴다. 정부사업 발주시 분리발주를 허용함으로써 소상공인이 직접 참여하도록 사업기회를 나눠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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