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지재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은 협상과 소송으로 나뉜다.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등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는 경우 소송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특히 국내기업의 피해가 많은 NPEs(특허관리금융회사)의 경우 침해주장의 근거가 약함에도 불구,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특허를 침해했다는 경고장을 받으면, 당황하지 말고 제품이 실제 특허를 침해하는지 그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NPEs는 특허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특허가 무효화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한국의 경우 특허심판원에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것이 등록특허를 무효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연방법원에서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고, 특허청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특허심판위원회(우리나라의 특허심판원)에 등록 후 재심 또는 당사자계 재심을 통해 특허를 무효로 할수 있다.

미국 특허청이 실시하는 재심사(Reexamination)는 연방법원 소송보다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적어 효과적인 분쟁해결 수단이다. 재심사 제도는 크게 ‘결정계(Ex parte)’와 ‘당사자계(Inter partes)’로 나뉜다. 당사자계는 2012년 미국 특허법이 개정되면서 다시 ‘등록 후 재심(PGR)’과 ‘당사자계 재심(IPR)’으로 세분화됐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결정계 재심사는 특허권자 또는 제3자가 특허청에 재심을 신청해 받아들여지면, 특허출원의 심사절차가 다시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제3자가 신청한 경우, 재심 시작이후에는 절차에 관여할 수 없는 단점이 있으나, 당사자계 재심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익명으로 신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반언(앞선 행위를 번복할 수 없다는 법리)도 적용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20~27개월 소요된다.

등록 후 재심사는 2012년 개정특허법 이후 도입된 것으로, 결정계 재심과 달리 ‘특허권자가 아닌 이해관계인’만 신청할 수 있다. 등록후 9개월 내에만 신청가능하며, 그 이후에는 당사자계 재심을 신청해야 한다. 기간이 제한돼 있다보니 신청대상이 될 수 있는 특허가 대부분 개정법 이후에 심사되는 특허로 한정돼 활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기존에 평균 20~27개월 소요되는 결정계 재심이나 평균 35~38개월 소요되는 당사자계 재심사에 비해 진행기간이 훨씬 짧다는 장점이 있다. 절차 개시 통지가 있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최종 결정을 받아볼 수 있다.

반면, 당사자계 재심은 특허 등록 9개월이 지난 이후라도 언제든지 제3자가 특허의 무효신청을 할 수 있다. 등록 후 재심과 마찬가지로 ‘특허권자가 아닌 이해관계인’만 신청할 수 있으며, 1년 이내에 최종판결을 받아볼 수 있다. 한국의 무효심판과 가장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당사자계 재심은 결정계 재심사에 비해 신청 비용이 비싸다. 결정계는 평균 6만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당사자계 재심 신청비용은 30만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대상 특허의 무효가능성이 클 경우 당사자계를 활용하는 것이 더 저렴할 수도 있다. 소송에 드는 전체비용보다 분쟁 해결에 소요되는 실질적 비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배심원 제도가 아닌 특허전문가에 의해 판단이 이뤄지기 때문에 전문성을 띤 무효판단이 가능하다.

특허 무효신청 ‘당사자계 재심(IPR)’ 韓 무효심판과 유사

이에 따라 당사자계 재심(IPR)을 신청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514건이었던 당사자계 재심 신청건수는 2014년에는 1310건으로 2.5배이상 늘었다. 아울러 최근 IPR에 대한 미국 대법원 판례 결과들이 특허권자에 불리해, 특허침해 소송을 당한 기업을 중심으로 IPR 신청건수가 급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단, 당사자계 재심의 경우 금반언이 적용돼 향후 소송절차에서 무효항변이 제한된다. 따라서 확실한 무효가능성이 있을 때에만 진행해야 한다. 무효가능성이 높지 않다면 결정계 재심을 활용하는게 낫다.

상대방의 특허에 대해 무효판정이 내려진 경우, 특허권자는 청구범위를 보정해 무효를 피해가는 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중용권(Intervening Right)’을 주장하면 된다.

미국 제도에 특허권자는 일정한 범위안에서 청구범위를 보정하거나 신규 청구항을 추가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청구범위가 변경된 특허에 제3자의 실시가 포함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따라 제3자가 먼저 업으로써 생산·제조·판매하고 있었다면, 이를 계속해서 사용 또는 판매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중용권’을 보장하고 있다. 또 특허권자의 재등록 특허의 경우에도 원 특허의 청구항과 동일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청구항에 대해서는 선사용으로 인한 중용권 항변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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