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회사차원에서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 개입해, 회사에 우호적인 위원장을 뽑으려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2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측이 노조선거에 개입했음을 입증하는 녹취록이라며 이를 공개했다.

KB국민은행지부는 “노조 위원장 선거과정에서 사측의 선거개입이라는 부당노동행위 증거들과, 그 배후에 일부 경영진이 아닌 은행측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KB국민은행지부에 따르면, 현 박홍배 KB국민은행 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해 12월2일 위원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10일 후인 12월12일, 노조 선거관리위원회는 SMS발송 등을 이유로 사후 징계절차에 들어갔고, 박 위원장에 대한 당선무효를 결정했다. 이어 올해 2월 선관위는 재선거 공고를 냈고, 박 위원장도 후보등록을 했지만 선관위가 박 위원장의 후보자격을 박탈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법원에 후보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선거를 하루 앞둔 3월7일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어 8일 박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후보가 참여한 가운데 재선거가 진행됐고, 박 위원장은 과반수 이상의 득표를 얻어 당선됐다.

“부행장이 지점장 등의 노조선거 개입을 직접 지시했다”

KB국민은행지부는 “지난해 1차선거에 앞서 사측은 회사에 우호적인 노조 집행부를 만들고자 했다”며 “이오성 현 KB데이터시스템 대표이사이자 당시 KB금융지주 경영지원그룹 부행장은 전국 부점장(부장과 점장) 화상회의를 통해 지점장 등의 노조선거 개입을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2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 지부는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사 앞에서 “KB금융지주가 회사 차원에서 노조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자체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며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다.   ©중기이코노미

이날 KB국민은행 지부가 공개한 녹취파일에서 이오성 당시 부행장은 “대의원 선거에 있어서도 그야말로 대다수 직원들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직원들의 올바른 대표를 선출하는게, 그게 밑으로부터 선거문화 개선과 또 노동조합의 선진화 그런 부분들을 저는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중략) 이게 하루 이틀의 영업보다 더욱 더 중요합니다”라며 대의원 선거가 사측에 있어 중요한 이슈임을 말하고 있다. 은행측이 노조대의원 선거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대의원들이 선거관리위원을 선출하기 때문이다. 선관위원을 친은행측 인사로 만들고, 선관위원을 통해 노조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장기적인 플랜이 가동된 것이다.

노조대의원 선거 이후 진행된 선관위원선거에서 이 당시 부행장은 부점장들에게 특정인 A를 지지하라고 전달했고, 실제 A는 선관위원에 당선됐다. A의 선관위원 당선 이후, 치러진 2016년말 1차선거 무효과정과 2017년초 재선거 과정에서의 후보자격 박탈에 대해 은행측이 개입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대의원선거와 선관위원선거에 이어 은행측은 위원장선거에도 직접 개입했다. 모 지점의 지점장과 직원간의 대화내용을 담은 녹취록에서 해당 지점장은 “(사측인) 2번, 10번은 회사에서 얘기하는 것 같다. 그리고 6번, 8번은 좀 회사에서 어려워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직원들 얘기할 때, 되도록이면 그렇게 분위기 조성해달라”고 말했다. 또 인사노무를 담당하던 김철 현 부산지역 영업그룹 대표이자 전 HR본부장은 직접 전국을 다니며 ROTC 대학후배, 지점장들을 만나 “너 이번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지? 선거 몇 번 해야하는지 알지”라며 노골적으로 특정후보를 지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중 2번 후보는 2016년말 1차선거에서 결선까지 진출했다.

긴급 부서장 회의에서 “(사측 후보인) 2번이 안되면” 협박

KB국민은행 지부가 공개한 또다른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말 1차선거 당일 사측은 박 위원장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선거에서 개개인의 투표결과를 본인에게 알려줄 것을 지시했다. KB국민은행 모 지점장은 “아침 6시03분에 본부장님께서 ‘일괄로 확인해서 보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어제 HR쪽에서 모니터링 했나본데, 점포에서 점포장들이 독려한다는 얘기를 했는지 안했는지 어땠는지 (보고 하라는) 그 메시지 왔다”고 얘기했다. 또 1차선거 종료 후 박 위원장이 당선되자, 김철 전 HR본부장은 긴급 부서장 회의를 개최해 “(사측 후보인) 2번이 안되면 다 죽을 줄 알아라”며 부서장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전국 부점장들을 통해 개개인 면담을 실시하도록 하고, 면담에서 특정후보에 대한 투표를 강요하기도 했으며, 1차선거에서 선관위원들을 회유·협박 해 당선무효를 지시를 했다는 녹취록도 확보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요구

노조는 “사측의 노조선거 개입사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항에서 금지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윤종규 회장은 지난 4월11일 대의원대회에서 ‘KB에서 일어난 모든 사태의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유감표명만 했을 뿐, 부당노동행위 관련자인 이오성 대표이사, 김철 대표를 지난 1월 정기인사시 수평 인사이동 시킨 후 어떠한 후속조치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종규 회장의 임기동안 KB국민은행의 내부 문제를 밖으로 꺼내는 노력이 묵살돼 왔다. 노조는 26일 고용노동부에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할 것이며, 고용노동부의 조사로 부족할 경우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고소 및 추가 기자회견 등 계속적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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