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리나의 초상, 1944<출처=위키피디아>

러시아 출신인 그녀는 시인 폴 엘뤼아르(Paul Eluard 1895~1952)와 스무 살이 되기 전 결혼을 하고 딸까지 낳았다. 하지만 딸에 대한 애정이나 책임감은 뒷전이었고 오로지 자신이 사랑한 연인들에게만 헌신했다. 그 첫 번째가 엘뤼아르고 다음이 독일 쾰른의 다다그룹을 이끈 초현실주의 화가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1891~1976)였으며 마지막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시인 중 한 명인 엘뤼아르는 빈민층의 거리였던 생드니에서 태어났다. 성품은 소박하고 온순했으며 정치적이었다.

브르통과 함께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를 이끌면서 반파시즘 운동에 참여한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그를 괴롭힌 폐결핵으로 스위스의 요양원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 곳에서 운명의 연인인 갈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갈라는 엘뤼아르 시의 열렬한 팬이자 비평가 역할까지 자임했다. 엘뤼아르는 그녀의 직관적이고 거침없는 비평을 말없이 받아들였고 뮤즈로서 존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갈라와 엘뤼아르는 독일을 여행하다가 막스 에른스트의 작업실에 들른다. 에른스트를 존경했던 엘뤼아르는 그와 예술적 공감대를 이루며 깊은 우정을 나눈다. 갈라보다 에른스트를 더 사랑할 정도라고 공공연하게 밝히기도 했을 정도. 이렇게 둘이 동성애에 가까운 우정을 쌓아가는 사이 갈라 또한 에른스트와 또 다른 감정을 싹 틔운다. 이 당시 에른스트의 작품들을 보면 갈라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애정의 징표들이 나타나 있다.

결국 두 남자는 갈라를 중심으로 사랑을 주고받으며 5년 동안이나 애증의 동거생활을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한 사람은 엘뤼아르. 그는 갈라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말없이 사라지곤 하는 일이 잦아졌다. 갈라 또한 엘뤼아르와의 관계에서 기쁨을 얻지 못하자 둘 사이는 자연스럽게 멀어져 갔다. 이 때 이들 사이에 우연하게 극적으로 등장한 사람이 바로 살바도르 달리다.

갈라보다 열 살이나 어린 달리는 전형적인 괴짜에 속하는 인물.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유머를 날리고 낄낄거렸으며 때론 신경질적인 발작을 일으켜 주변 사람을 의아하게 만들곤 했다. 갈라는 그런 달리를 처음엔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차츰 그의 기이한 행동들에 자신도 모르게 중독되어 갔다. 그해 여름 갈라는 엘뤼아르와 이혼을 하고 달리의 손을 잡는다. 후에 달리는 갈라야말로 자신을 위해 이 세상에 온 뮤즈라는 것을 첫 만남에서 느꼈다고 고백했다.

갈라 또한 엘뤼아르와의 관계가 시들한 상황에서 달리의 넘치는 열정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달리의 망칙한 행동에 간섭하지 않았고 마치 어머니처럼 돌봐주었다. 달리 또한 갈라가 사랑으로 자신을 돌봐주었기에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밝히며 그녀는 천재이고 자신의 삶 그 자체라며 갈라를 칭송한다. 갈라는 달리와 한동안 동거 상태로 지내다가 엘뤼아르가 죽은 후에야 정식으로 결혼을 한다. 그리고 50년이 넘는 여생을 함께 보내며 달리의 뮤즈로서 작품활동에 많은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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