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에 대한 준비없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제품과 기술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스스로 기술유출을 하러 나가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지재권 보호가 취약한 중국 및 동남아 지역에 진출하는 경우, 미리 권리를 확보해 놓지 않으면 사업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조품이 극성을 부린다. 디자인과 핵심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라면 해외시장 진출 전에 반드시 해외지재권을 확보해야 한다.

한번 출원해 152개국서 출원일 인정받는 PCT국제출원

해외에서 특허권을 확보하는 방법으로는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에 직접 출원하는 방법과 특허협력조약(PCT, Patent Cooperation Treaty)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의 경우 출원을 원하는 모든 나라에 일일이 특허를 출원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PCT출원제도다.

PCT국제출원은 특허를 받고자 하는 국가를 지정해 자국 특허청에 PCT출원서를 제출하면, 지정국에 출원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특허협력조약에 가입한 국가간 가능하다. 올해 7월기준 PCT회원국은 152개국으로 미국, 베트남, 중국 등 한국의 주요 수출국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미가입국은 PCT출원제도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진출하려는 국가가 PCT회원국에 해당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홈페이지(www.wipo.int)에서 확인할 수 있다.

PCT국제출원을 이용하면 한번의 출원으로 가입국 전체에 동시에 특허를 출원하는 효과가 있어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또 국제조사 및 국제예비심사보고서의 활용으로 발명의 평가·보완 기회를 가질 수 있어 특허를 획득하는데 유리하다. 만약 국제조사나 국제예비심사 결과가 부정적이면, 더 이상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음으로써 불필요한 비용지출도 방지할 수 있다. 세계 주요특허청에서는 PCT를 통해 외국인이 국내단계로 진입하는 경우 자국 특허수수료를 감면해주는 제도를 두고 있어 비용절감 효과도 있다.

출원인이 국어, 일어 또는 영어로 작성한 국제출원서와 관련서류를 특허청에 제출하면 PCT절차가 시작된다. 우편으로 서면을 보내도 되고, WIPO의 소프트웨어(PCT-SAFE)를 통해 제출할 수도 있다. 단 우편 출원시 출원서 도달일을 국제출원일로 인정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출원서를 제출하는 순간부터 지정국 특허청(지정관청)에 대해서도 동일한 특허출원을 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후 WIPO 국제조사보고서 및 견해서 작성, 국제사무국에 의한 국제공개, 국제예비심사기관에 의한 국제예비심사보고서 작성, 출원인의 보정절차가 진행된다. 통상 30개월 정도 걸린다. 이후부터는 PCT국제출원을 송달받은 지정관청(선택관청)이 그 나라의 국내법에 의해 특허여부를 심사, 결정한다.

국내 특허출원 후 12개월 이내 PCT출원을 해야 우선권 주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예컨대, 신기술을 발명해 2017년 1월1일에 한국에 특허를 출원했다 가정하자. 이 경우 2018년 1월1일까지 PCT 출원을 하지 않으면, 그 사이 제3자가 이 기술을 발명해 공개해도 해외에서 특허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

출원일 선점일뿐 실제 특허권 등록은 개별국 절차 거쳐야

PCT제도가 국제출원일의 선점을 보장하는 것이지, 특허등록을 완료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허권을 최종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PCT출원후 21~30개월 사이 개별 지정국에 번역문을 제출하는 등 별도의 심사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즉 PCT출원 후 개별 국가에 특허등록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권리도 없이 PCT출원 비용만 낭비하는 셈이다. 해당 국가별 출원서류 및 특허요건 등은 차이가 있으므로 출원 국가별로 특허출원에 필요한 서류, 요건, 심사 및 등록절차를 숙지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PCT 출원은 국내 특허출원을 진행한 후 바로 진행하기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시점(1년내)에 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PCT 출원을 명세서 보완할 수 있는 기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1년 이내에 한국에서 진행한 특허출원에 대한 심사결과가 나왔으나, 등록단계까지 가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PCT 출원시 심사결과에서 지적된 부분들을 바탕으로 명세서의 내용을 보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보완된 명세서를 이용해 한국 특허를 등록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차후 지정국에서의 특허 등록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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