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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만 고집할 필요 없다, 실용신안 고려해 볼 만 ‘진보성’ 심사 덜 엄격…존속기간 10년, 물품 형상·구조·조합 고안 대상

기사입력2017-08-02 09:33

전윤근 객원 기자 (ykjeon@kanghanip.com) ㅣ다른기사보기

강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 전윤근 변리사

아이디어(idea)가 떠올랐을 때, 이를 권리화하고자 하는 방법으로 흔히 특허출원을 염두에 둔다. 즉 아이디어는 곧 발명(invention)으로 인식되므로, 특허사무소로 가서 특허출원을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당 아이디어에 대한 특허출원을 의뢰받은 변리사는 이내 특허출원을 위한 명세서를 작성하게 되고, 이후 완성된 명세서에 대해 출원을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특허출원만으로는 아이디어가 등록될 수는 없고, 특허로서의 등록이 가능한지 여부를 공적(公的)으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즉 출원인은 해당 특허출원에 대한 심사를 청구하고, 특허청의 심사관은 이에 따라 심사를 해 등록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상당수의 특허출원은 심사과정에서 거절이유통지서를 받게 된다. 거절이유통지서는 특허출원된 발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발명이 당해 특허출원 이전에 이미 공지(公知) 또는 공용(公用)되었기 때문에, 등록시켜줄 수 없다는 국가기관의 공적인 의사표명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심사관 일방의 의견이므로, 출원인은 출원된 명세서를 보정하거나 심사관의 의견에 반박함으로써 등록을 종용할 수도 있다. 다만 이같은 방법이 있다고는 하나, 출원된 발명과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다소 유사한 기술이 이미 공지 또는 공용됐다면, 출원인으로서는 심사관의 거절이유에 반박하기가 쉽지는 않다.

즉 출원인이 보기에는 자신의 발명과 공지된 기술이 서로 다르다고 판단하고, 심사관은 공지된 기술로부터 해당 발명이 쉽게 도출될 수 있다는 의견만을 견지한다면, 언제까지 이러한 평행선을 달릴 수는 없는 것이다(물론 심사단계를 벗어난 불복심판 내지는 심결취소소송을 고려할 수 있지만, 여기에서는 심사단계만을 고려하자).

특허의 설정등록에 있어서 실무상 가장 많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른바 ‘진보성’이다. 출원된 발명이 기존의 기술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기존의 기술로부터 출원된 발명이 ‘용이하게’ 도출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 가장 많이 다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좀더 쉬운 해결책은 없을까?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이를 권리화하고자 하는 방법으로 흔히 특허출원을 염두에 둔다. 하지만 실용신안등록출원에 대한 ‘진보성’ 심사는 특허출원에 비해 덜 엄격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볼수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흔히 이러한 아이디어가 ‘특허’로서 보호를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현행법은 이외에 다른 대상으로서의 보호도 가능함을 인정하고 있다. 바로 ‘실용신안’으로서의 보호가 그것이다.

실용신안등록출원의 대상은 ‘고안(考案, utility model)’인데, 법률 용어로서의 고안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을 의미한다. 즉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인 점에서는 발명과 같지만, 발명은 ‘고도성’을 요구하는 반면 고안은 이를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양자는 구별된다.

따라서 실용신안등록출원에 대한 ‘진보성’의 심사는 특허출원에 비해 다소 엄격성이 낮아지게 된다. 즉 실용신안등록출원시 고안은 공지 또는 공용된 기술과 동일하거나 이로부터 ‘극히 쉽게’ 도출될 수 있지 않는다면 등록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동일한 아이디어에 대해 실용신안등록출원을 하게 되면 특허출원을 하는 경우보다 등록이 더 쉬워진다는 장점이 있다. 위와 같은 사례의 경우, 출원대상이 공지기술과 동일한 것은 아니므로 공지기술로부터 ‘극히 용이하게’ 도출이 가능하지만 않는다면, 특허로서의 등록은 안되더라도 실용신안으로서의 등록은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디어에 대해 이미 특허출원을 진행해 심사가 진행중인 경우라면, 출원을 취하한 후 다시 실용신안등록출원을 해야할까? 이러한 경우 실용신안법 제10조에서는 특허출원을 실용신안등록출원으로 변경하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출원인으로서는 출원일이 늦춰지는 손해를 보지 않고도 권리의 형태를 변경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변경출원은 최초의 거절결정등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가능하다.

또한 실용신안은 물품의 형상, 구조, 조합 등에 대한 고안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물질 또는 방법에 관한 아이디어는 고안의 대상이 아니라는 제한도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등록되더라도 실용신안권의 존속기간은 실용신안권 설정등록일로부터 실용신안등록출원일 후 10년(특허의 경우는 20년)이 되는 날까지다. 특허에 비해 존속기간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출원인으로서는 아쉽다.

하지만 출원인으로서는 20년의 존속기간에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현대기술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급속도로 발전하기 때문에 기술의 교체 주기가 매우 빠르다. 애플사에서 둥근 모서리에 관한 아이디어로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도 이제 10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아이디어를 보호받고자 하는 방법은 다양하며, 어떠한 권리인지에 따라서 일장일단은 있다. 따라서 아이디어에 관한 권리자로서는 심사에서 거절될 위험부담을 안고서 권리화를 진행하기 보다는, 각종 권리의 장단점을 비교해 맞는 권리가 어떠한 것인지를 판단한 후 권리화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