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과 세대, 지역간 통합과 상생의 주거복지정책이 필요하지만 말처럼 쉽지않은 게 사실이다. 이게 어느정도 가능하기 위해서는 ‘주거사다리’가 잘 작동돼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월세방에서 전셋집으로, 이어 ‘내집 마련’으로 주거와 계층이동이 활발했지만 지금은 주거의 이동성이 크게 약화됐다. 소득 및 자산격차가 커지면서 사회적 불평등구조가 고착화되고, 저성장기조 역시 장기화된 탓이기도 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과 이기심 또한 주거통합을 저해하는 원인이다. 임대단지에서 생기는 각종 반달리즘과 층간소음에서 비롯된 폭력사건 등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시민의식 실종이 초래한 극단적인 병폐다. 특히 공공임대주택단지가 민간주택단지와 인접한 경우, 마치 ‘빈곤의 섬’처럼 사회적 배제와 고령화·슬럼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어 입주민간 갈등으로 번진 사례는 무수히 많다. 소득과 자산을 기준으로 입주자격을 결정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로, 계층통합 차원에서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빈곤층과 부유층간의 물질적 격차는 더 커짐에도 불구하고 노동을 하지 않고도 잘사는 사람들이 더 잘 사는 세상이다. 거꾸로 얘기하면 빈곤층은 더 많은 노력을 해도, 부를 얻을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경제적 불평등은 더 확대되고 심화되는 반면 증가하는 주거비와 맞물리면서 서민주거복지 실현은 그만큼 더 지연되는 결과를 낳는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고민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림만 보여주는 탁상행정도 문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도입과 ‘철도부지 상부에 인공부지 조성을 통한 임대주택 공급’ 방안이다.

전자의 대책은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그 이자를 세입자가 대신 지불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급자 주도의 전월세시장에서 세입자 대신 집주인에게 은행대출을 받으라고 요구하는 것이 실현 가능한 정책인지 고민했어야 했다. 또 후자의 대책 역시 2011년 국책연구기관에서 검토했다가 소음·진동·안정성 등의 문제로 이미 폐기했던 안이다. 이같은 정책실패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주거복지행정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

지역이기주의와 부동산거품, 불로소득 문제도 사회통합과 상생을 어렵게 한다. 중앙정부가 총량을 결정하고 지역별로 할당해 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은 지역단위에서 발생하는 주택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 물론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고, 지방정부의 선심행정에 따른 난개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국단위에서 중앙정부의 관리 및 조정은 필수적이다. 그렇더라도 주택수요만을 놓고 보자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체감하는 온도차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지역단위의 특수성을 고려한 주택수요와 공급을 조정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서민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시장과 민간주택시장간의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하고, 가격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공급되면서 사회적 임대인이 관리하는 새로운 사회주택시장 육성이 중요해졌다. 또 지역이기주의가 생기지 않도록 공동체주거문화를 확산하고, 주거복지 시행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사회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소통창구도 필요하다. 특히 임대주택을 건설하고 매입하는 것보다 취약계층의 증가속도가 더 빠른 것도 문제라는 점에서 주거복지와 일자리를 통한 소득주도의 포용성장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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