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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위해 국가와 국민 존재하는게 정상인가 국민들이 그러듯이, 번만큼 내라! 그것이 조세형평과 정의다

기사입력2017-07-30 06:30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초대기업에 대한 과세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명예과세’라고 했다. 이어 여당은 ‘사랑과세’, ‘존경과세’ 등 유사한 이름을 내놓으며 증세에 대한 여론을 살피고 있다. 노무현정부 당시 ‘종부세’를 ‘세금폭탄’이라고 규정해, 프레임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보수정당이 또 다시 ‘세금폭탄론’을 재점화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도 있다. 그러나 초대기업에 대한 과세는 명예과세도 세금폭탄도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낮춘 법인세를 되돌려 놓는 일이며, 굳이 의미를 둔다면 ‘비정상의 정상화’에 지나지 않는다.

외환위기 직전 1996년 우리나라 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30%였다. 이후 조금씩 낮아져 2005년에 이르면 최고세율은 25%, 1995년 이후 10년동안 매년 0.5%p씩 떨어진 셈이다. 이후 3년간 25%를 유지했던 법인세 최고세율은 기업프렌들리를 주창했던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정이 확 달라진다. 집권 1년차 2008년 이명박정부는 과세표준금액 2억원 초과시 25%였던 최고세율을 22%로, 단 한번에 3%p 낮추는 파격적인 ‘부자감세’를 단행했다.

2012년 당시 통합진보당 노회찬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받은 ‘2008년 이후 감세정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정부 5년간 고소득자·대기업에 깎아준 세금만 71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중 법인세율 인하 등을 통해 대기업이 절약한 법인세 감면액만 35조원에 이른다. 낙수효과를 이유로 법인세율을 계속 낮췄음에도 낙수효과는 작동하지 않았고, 자산 및 소득격차 심화로 우리사회 계층간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문제의 심각성은 수십년간 지속된 법인세 명목세율 인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주현 의원(국민의당)이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받은 ‘법인세 실효세율 현황’에 따르면, 2008년 이명박정부가 법인세 명목세 최고세율(25%→22%)을 3%p 낮춘 이후 실효세율은 2008년 20.5%, 2009년 19.6%, 2010년엔 16.6%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16%대 안팎에 머물고 있다.

국민을 위해 기업이 존재해야 하고, 국민이 헌법상 납세의무를 다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에서 기업도 납세의무를 부담해야 한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또 국세청이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2015년 59만여개 법인중 상위 10개기업의 법인세 감면액은 4조6000억원이다. 이는 같은 해 47만9000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받은 감면총액(2조3000억원)의 두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법인세 명목세율 인하, 온갖 감면혜택을 남발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대기업보다는 초대기업·재벌기업에 부를 몰아주는 것이 지금까지 유지돼 온 법인세 구조다.

법인세 인하·감면 혜택의 남발은 재벌기업과 대기업에 큰 이익을 가져다 줬지만 상시적인 세수부족을 불러왔다. 복지정책은 축소됐고, 각종 간접세를 인상해 국고를 메워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2015년 담뱃값 인상도 국민건강권보다는 세수를 메우는 꼼수에 불과했다는 것, 담뱃값 재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에서 엿볼 수 있는 숨겨진 진실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법인세를 높이는 것은 안 된다”던 소신을 가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야당의 법인세 인상 요구를 묵살해왔다. 어쩌면 밀실에서 기업총수와 독대하는 정격유착보다,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대기업에 세율을 낮춰주고 온갖 감면혜택을 남발해온 것이 국가와 국민에게는 더 큰 해악일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대기업을 위해 시혜처럼 베푼 법인세 인하는 바로 잡는게 맞다.

지난 10여년 동안 세계적인 불황기라고 했지만, 재벌기업과 대기업은 괄목한 성장을 이뤘다. 해마다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연말이면 임직원들은 인센티브·성과급 잔치를 열었다. 국가는 이들 기업에서 막대한 세금을 감면해주고, 심지어 전기요금마저도 가정요금에 비하면 거저 주다시피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낙수효과를 얘기했지만 국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벼랑 끝까지 몰려있다. 이제 ‘기업을 위해 국가와 국민이 존재하는’ 비정상적인 경제운영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국민을 위해 기업이 존재해야 하고, 국민이 헌법상 납세의무를 다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에서 기업도 납세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워런 버핏처럼 자발적 증세 요구를 하는 부자들을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그들이 내야 할 세금에 ‘명예과세’라는 공치사를 얹을 필요는 없다. 일부에서는 초대기업 법인세 과세를 세금폭탄이라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도 이제는 그리 많지 않다. 번만큼 내라! 국민들이 그래 왔듯이, 초대기업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게 조세 형평에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