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를 비롯 증평, 괴산, 보은, 진천과 충남 천안지역 등 올 여름 충청지역은 최악의 물난리를 경험했다. 경기도에서도 안성, 여주, 수원 등 일부지역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 민관을 떠나 전국에서 수해지역에 대한 도움의 손길도 이어졌다. 

그러나 해당지역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영세 소상공인들은 당장 주거도 문제고 생계도 막막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동네 구멍가게, 세탁소 등과 같은 영세 규모의 자영업자들은 사업장이 곧 주거지인 형태로 경제활동을 꾸려가는 경우가 많다.

청주지역 소상공인연합회 손한수 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영세 소상공인들은 다 개별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어서 아직 전체적으로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사업장 내에 주거공간이 있었던 일부 상인들은 당장 잠을 잘 곳을 마련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 장사를 해야 하니 상인 스스로 조금씩 복구를 하고 있지만, 원래 모습을 되찾으려면 얼마큼의 시간과 비용이 들지 모른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금융지원실 곽성호 실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재해나 메르스 등 국가재난에 대해서는 정부가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편성해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에서 재해피해확인서를 발급받아 저리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로 인정되면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이 재해피해확인서를 발급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집중호우 피해지역 금융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산은, 기은, 신보, 기보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특별재난지역 중소기업 등의 금융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재난피해 중소기업 특례보증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자금지원은 소상공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경기지역 소상공인연합회 이병덕 회장은 이번 수해도 그렇지만 메르스, 구제역, AI 등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소상공인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음에도 지원에서는 늘 소외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오랜 기간 지속돼 온 불경기로 소상공인들은 신용불량자로 전략해 있는 현실”이라며 “지원정책이 있다한들 영세 소상공인들은 지원자격조차 안 되는데다가, 자격이 된다 해도 빚을 내는 것 밖에 더 되느냐”는 것이다. 또 이 회장은 “동네 장사하는 사람들은 그런 지원제도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재해피해확인서라는 것도 어떻게 작성하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때도 해당 축산농가는 일부라도 피해를 보상받았지만, 치킨·삼계탕 등 닭류를 취급하는 소상공인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음에도 그에 대한 보상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난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피해현장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신청자에 한해’ 대출을 보증해주는 지원제도로는 생계가 막힌 소상공인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없다. 자연재해와 소상공인의 직접적인 피해의 상관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 대출을 증가시키는 지원이 아닌 보다 현실적인 지원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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