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우리 국민경제 미래의 명암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의 메가톤급 뉴스 2개가 연이어 나왔다. 2일 오전 김동연 기획재정부장관이 ‘2017년 세법개정안’을 밝힌데 이어, 오후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정부가 우리사회 계층간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한 논쟁과 함께 심각한 수준의 갈등까지 예상되는 ‘뜨거운 감자’ 2개를 동시에 테이블에 올렸다.

예상대로 반응은 뜨거웠다. 지켜야 할 돈과 땅에 사활을 건 부자와 다주택자 그리고 이들과 이해를 같이 하는 대다수 언론은 격한 논조로 비난과 함께 반대주장을 쏟아냈다. 반면 국민 대다수를 점하지만 조직되지 않은, 이른바 ‘서민’과 이들을 대변한다는 일부 언론은 ‘비판적 지지’와 함께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보다 개혁적인 정책을 정부에 촉구했다.

세법개정안을 반대하는 언론의 주장을 보자. “조세원칙에 어긋나는 ‘표적 증세’ 국회서 걸러내라”, “법인세 역주행, 결국 일자리·투자 위축 부를 것”, “포퓰리즘 복지가 부른 포퓰리즘 증세”, “거꾸로 가는 법인세, 일자리 정책에 역행”, “‘핀셋 증세’…한국·일본 법인세 역전됐다” 등등. 

표현은 다르지만 이들의 주장은 일관되면서 명확하다. 수십년 이상 계속된 ‘증세논쟁’에서 나왔던 똑 같은 구호와 논거를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 속에는 극단적인 사회·경제 양극화로 우리사회 공동체의 근본 자체가 흔들리는 현실에 대한 그 어떠한 고민도 없다. ‘재벌공화국’, ‘갑질공화국’, ‘헬조선’, ‘1대99사회’, ‘조물주 위에 건물주’로 표현되는 한국사회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자유시장질서하에서 자유로운 개인간의 사적계약이 이뤄지고, 그에 따라 분배된 생산물량에 따라 부과되는 지금의 조세체계를 손대지 말라는 주장이다.

이들의 머릿속엔 사회·경제 양극화에 따른 문제의식이 전혀 없기에, 때만 되면 이삿짐을 싸야하는 무주택자가 겪는 고통을 알 길이 없다. 해서 새 정부가 부동산투기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부동산대책을 내놓자, 공급확대를 통해 부동산투기를 보장하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공급확대 없이 투기억제만 강조한 부동산대책”, “투기 탓만 하는 부동산대책, 번지수가 틀렸다”, “규제 일변도 대책으론 ‘뛰는 집값’ 못 잡는다”, “수요 누르기만으론 주택시장 불안 해소 못한다”, “부동산 정책 ‘노무현 시즌2’로 가나” 등등.

‘1개월만에 1억원이 오른 아파트’, ‘치솟는 전월세’, ‘거품낀 가격’, ‘억대를 상회하는 프리미엄’ 등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계속되는 이유는 주택이 부를 증식하는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주택이 돈벌이 대상이 아닌 주거의 수단이란 인식이 사회통념화되지 않는 한, 제한된 땅에서 주택을 둘러싼 부동산투기는 뿌리 뽑을 수 없다. ‘내가 하면 재테크, 남이 하면 부동산투기’라는 ‘내로남불’의식을 떨쳐버리지 않는다면 여력이 없는 서민들의 주거권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투기공화국’에서 살고 싶다면 공급을 확대해서 투기대상물을 늘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른 주거권을 보장받고자 한다면, 부동산투기의 고리를 우리 스스로 끊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현실에 부응하면서도 실효성있는 규제를 통해 국민들이 투기의 연쇄사슬을 끊어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다. 

첨언하면 주택은 대체재가 제한적인 초고가의 내구재다. 생존에 필수적인 의식주 가운데 먹고 입는 것이야 덜먹기도 하고, 싼 옷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수요와 공급간 균형이 일시적으로 깨진 경우에도 대량생산 소비재라는 상품특성에 따라 빠른 시간내에 균형점으로 수렴한다. 그러나 주택은 수요에 대한 공급 탄력성이 극히 낮아 시장논리에만 맡기면 시장 자체가 붕괴된다. 결과적으로 주거환경이 열악한 주택 1채를 보유했거나, 무주택자인 돈없는 서민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라면법’ 또는 ‘설탕법’은 없지만, 전세계 모든 국가가 국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주택법을 정해 주택시장을 규제하고 있다. 주거권 보장을 통해 행복추구권을 명시한 헌법상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주택시장에 대한 국가의 강력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8·2 부동산대책에 따라 서민이 직접 피해를 입었다고 억지를 부리는 언론은 아직 없다. 이들의 주장은 중장기적으로 또는 결과적으로 부동산시장 위축에 따라 서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가설에 근거해 반대하고 있다. 서민의 주거안정이 그렇게 걱정이 된다면,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주택을 필요 이상으로 가진 다주택자들에게 주택을 처분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맞다. 만약 다주택자가 처분하지 않는다면, 언론이 먼저 나서 주택보유세를 인상하도록 정부에 촉구함으로써 주택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일이다.

세법개정안 또한 마찬가지다. 소득세와 법인세 명목세율 조정에 따라 세부담이 더 커지는 중소기업 또는 국민은 없다. 과세표준 2000억원을 초과하는 129개 초대기업과 과세표준 3억원을 초과하는 초고득자 9만3000명만이 세금을 좀 더 낼뿐이다. 그래서 이들 언론이 하는 비난은 ‘표적증세’, ‘포퓰리즘’, ‘핀셋증세’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부자증세’인데, 부자한테 세금을 좀 더 걷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많이 벌면 세금을 많이 부담하는 누진세체계는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렸기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고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초고소득자의 혁신의지가 떨어진다고? 이같은 문제의식에 구태여 답을 할 필요는 없지만, 굳이 한다면, ‘갈 테면 가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기업과 국민 모두 권리를 갖고 있지만, 그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불편하더라도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가라는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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