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PC(설계, 조달, 시공) 기업들은 러시아 극동지역으로의 진출을 적극 고려하라는 조언이 나왔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가 기존 서유럽 중심의 외교노선을 동북아로 전환하고 있는데다,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로 자원생산국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러시아가 자원 가공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문재인 정부도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설치를 주문하는 등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박종호 한러비즈니스협의회 대표는 3일 한러비즈니스협의회가 주최한 ‘러시아 극동 가스·석유화학 플랜트 및 전력 인프라 건설 사업 설명회’에서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신에너지전략은 극동지역에 석유화학 플랜트, 비료공장 등을 많이 만들어서 아태지역에 수출하는게 핵심과제”라며 “국내 EPC 기업들은 석유화학과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세계수준의 기술을 갖추고 있어 러시아 기업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상대”라고 소개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생산국이며, 국내 총생산(GDP)의 35%이상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자원부국이다. 이 가운데 특히 블라디보스토크, 사할린 등을 포함하는 극동지역은 러시아의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로 평가될만큼 풍부한 자원의 매장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임금이 높고 인프라가 미비해 금융·세제 등 다양한 지원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업이 진출을 꺼리는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극동지역에 한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러시아 투자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이후 유럽연합(EU)의 에너지 수요가 꾸준히 줄고 있는데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부터 미국이 세일가스를 수출하기 시작한 탓이다. 자원보유국간 경쟁심화는 가격하락으로 이어졌고, 에너지 자원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수출시장 다변화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산업구조 재편이라는 두가지 묘안을 냈다.

2012년 기준 한국·중국·일본 동북아 3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은 1887억㎥로 전 세계 수입량의 약 57.5%다. 특히, 중국은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가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시현하고 있어 러시아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블루오션이다. 기존 유럽중심에서 아태지역중심으로 수출전략을 변경한 이유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또 러시아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 가공능력이 부족해 단순 원료만을 수출해왔다. 예컨대 원유의 경우 대부분 정제공장이 1975년 이전에 지어진 탓에 높은 품질의 석유를 정제하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원유는 수출하면서도 고급 휘발유의 경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러시아와 아태지역을 잇는 극동지역을 자원·에너지 수출 허브로 급속히 개발·재편하고, 가스화학과 석유화학단지 등 가공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2015년 3월 극동지역 내 17개 선도개발구역을 지정해 지역별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같은해 10월에는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을 지정해 해당지역에 진출하는 기업에 법인세 세제 혜택, 전력·수도·가스 등 인프라 우선설치와 통관절차 간소화, 행정 특혜 등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동북아의 주요국으로서 지난해 기준 총 3184만7000톤의 LNG를 수입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카타르(1181만9000톤)에서 수입한 것으로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LNG(186만3000톤)는 6%에도 미치지 못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아울러 한국은 과거 전체 국가 수출액의 20~30%가 석유화학 제품일 정도로 원재료를 가공·수출하는 산업과 관련 설비 및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다. 러시아가 국내기업을 주목할만한 파트너로 꼽고 있는 이유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중국, 러시아 등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달말까지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혀 국내기업의 러시아 진출시 부담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박 대표는 “한국 기업이 러시아에 진출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재무조달”이라며 “정부는 국내기업이 공사도 수주하고, 러시아 기업과 합작회사를 만들어 제3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투융자플랫폼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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