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공유경제 등 인터넷과 컴퓨터를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디지털경제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담합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디지털카르텔(담합)’이다. 디지털카르텔(Digital Cartel)이란 경쟁사업자들이 디지털기술에 근거한 알고리즘을 통해 가격·공급량 등을 조정하거나 관련 정보를 공유해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행태를 말한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관련, 국내 디지털카르텔을 감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해당용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온라인에서 몇 번의 클릭이나 터치로 가장 싼 상품을 찾아 구매할 수 있는 것, 쇼핑몰에서 소비자의 방문이나 구매기록을 통해 취향에 꼭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것은 모두 알고리즘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사람이 직접 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복잡한 계산이나, 데이터 처리와 관련된 반복된 작업을 컴퓨터가 자동적으로 수행해주는 탓에 수많은 빅데이터중 내가 원하는 정보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에 기반한 거래는 비용을 낮추고, 공급자와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완화해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가능하게 했다. 친경쟁적인 시장환경은 기업의 혁신을 촉진시켰고, 소비자후생을 증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투명·빈번한 거래가 오히려 담합에 유리한 조건을 형성 

그러나 최근에는 이 알고리즘이 도리어 기업들의 담합을 조장하고 있다. 사업자간 정보교환뿐만 아니라 가격을 비롯한 중요한 거래조건을 결정하는 역할까지 수행하면서다. 예컨대 온라인에서 가격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가격이 알고리즘에 의해 탄력적으로 결정되는 경우 명시적 합의가 없어도 비슷한 수준의 가격이 형성된다. 이는 가격경쟁이 아닌 묵시적 담합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투명하고 빈번한 거래가 발생하는 디지털시장의 특징이 오히려 담합에 유리한 조건을 만든 셈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차량공유서비스업체 우버(Uber)는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연방지방법원으로부터 담합조장 혐의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받았다. 우버의 ‘탄력요금(surge pricing) 알고리즘’이 문제가 됐다. 이는 우버를 찾는 사람은 많고, 드라이버가 부족한 경우 일시적으로 가격이 높게 측정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거나 주말저녁의 경우 통상 1.1배에서 3배까지 오른 가격이 자동 적용된다. 그런데 출퇴근 혼잡시간대 요금이 최대 8배나 뛰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제소를 당한 것이다. 

법원은 우버가 알고리즘을 통해 우버의 운전기사들과 공모해 택시요금을 담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우버와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운전기사들이 경쟁을 통해 요금을 산정하지 않고, 동일한 가격 설정 알고리즘을 이용해 요금을 산정하는 것은 가격담합과 마찬가지라는 판단이다. 

디지털카르텔…담합 당사자간 ‘합의’ 존재를 입증하기 어려워

이처럼 디지털카르텔이 적발되는 사례가 속속 등장했지만, 가격산정과 관련한 디지털카르텔의 경우 기존 카르텔처럼 개인이나 기업 사이에 명확한 ‘합의’가 있었는지 밝히는 것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시장에서 경쟁하는 개인 또는 기업간에 가격 유지 및 인상 등 경쟁 제한적인 행위를 합의한 경우에만 담합행위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이 온라인에서 습득한 정보는 합의로 단정짓기 어렵고, 또 알고리즘 판단은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빠른 속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담합여부를 따지기도 까다롭다.

따라서 ▲알고리즘 감시제도를 통해 알고리즘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자는 제안, ▲기업의 법인격과 같은 법적지위를 알고리즘에 부여해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하자는 제안 등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규제당국과 소비자도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업과 대등한 정보 수집·분석 능력을 보유해 대응하자는 얘기도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디지털카르텔이라고 할 수 있는 사례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자상거래가 일반화되면서 향후 유사한 사례들이 나타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LG경제연구원 김건우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경제 디지털카르텔 가능성 커진다’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기술의 발전에 따라 빠르게 변하고 있는 경쟁환경에 맞춰 제도적 대비가 필요하다”며 “규제 중심으로 대응할 경우 새로운 시도들이 사장될 우려가 있는 반면, 무조건적으로 장려하거나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경우 경쟁제한적 결과를 방치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균형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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