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소득원천인 개인소득증가율은 경제성장률에 훨씬 미달하는 반면 기업소득증가율은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어 가계와 기업간 소득불균형과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진단은 약 10년전 한국은행이 내린 경고다.

2005년 1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와 기업의 성장 양극화 현상’ 보도참고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 임금소득과 소규모 자영업자 소득을 합한 개인소득증가율은 10.6%, 기업소득증가율은 7.8%였고 1990년~1996년까지만 해도 개인소득증가율은 7.0%, 기업소득증가율은 6.5%로 개인소득증가율이 기업소득증가율을 앞섰다.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봤을 때도 1980년대는 개인이 9.9%, 기업이 6.1%, 1990~1996년 개인 6.6%, 기업 4.3%로 개인부문이 역시 앞선다. 그러나 2000년 들어서 부터는 역전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난다. 2004년까지 개인소득증가율은 2.4%로 뚝 떨어진 반면 기업소득증가율은 18.9%로 급증했다. 2004년만 놓고 보면 개인이 2.6%에 그친 반면 기업은 38.7%였다. 가처분소득 역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개인은 0.3%로 급격히 쪼그라 들었지만 기업은 62.6%로 확대됐다.

당시 한국은행은 양극화 원인으로 고용없는 성장, 투자없는 성장 등을 꼽았다. 즉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임시·일용직 근로자 비중만 늘렸고 이로인해 가계 임금소득 창출능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은 수출호조와 저금리 등으로 경상이익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투자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면서 기업이익이 가계로 환류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저금리 기조가 기업에게는 이자부담을 줄여준 반면 가계는 이자수입의 감소요인이 됐으며 가계소득이 둔화됐음에도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가계의 사회부담금은 급격히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21일 보도에 따르면 가계와 기업의 소득격차는 여전히 개선되지 못했다. 한마디로 기업은 더 살찌고 가계는 부쩍 쪼그라 들었다. 기업의 가처분소득은 최근 5년간 80.4% 증가했지만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26.5%에 그쳤다. 기업의 소득증가율이 가계의 3배를 웃돈 셈이다. 10년전 양극화 원인으로 지목된 것들이 하나도 개선되지 못한 채 기업과 가계간 소득불균형·양극화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그리고 기업에서 가계로 돈이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임금소득이 가계소득의 대부분임에도 정체돼 있어 임금없는 성장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중소기업의 정당한 부 마저도 대기업이 가져가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는 곧 한국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다. 가계소득이 늘어나고 이로인해 소비가 확대되며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깨졌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업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보다 ‘실질적이고 강력한’ 해법이 필요하다. 이른바 낙수효과 등을 기대하며 내놓은 대기업 친화정책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는 규제개혁보다는 더욱 ‘강력한’ 동반성장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이를 통해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으로 정당한 부가 흘러가야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미국과 유럽에서처럼 가계소득을 올리는 첫 단추로 최저임금 등 실질적 임금인상을 통해 소득 분배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는 내수진작으로 이어져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기업과 가계간의 소득불균형·양극화는 경제성장의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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