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수집은 지구상의 어떤 상품보다 수익성이 높은 빅 비즈니스다. 아트컬렉션 자산 가치 14억달러, 개인자산 170억달러의 소유자 프랑수아 피노(Francois Pinault 1936~)가 그것을 증명한다. 물론 안목과 참을성이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프랑스 출신 피노는 PPR의 명예회장으로 패션 브랜드 구찌와 발렌시아, 입생로랑, 푸마 등의 세계적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그의 재산은 한화로 약 25조원.

왕따에서 세계적 사업가로…세계 미술계 영향력 1위 선정

그는 어린 시절 가난한 목재상의 아들로 태어나 학교에서 심한 왕따를 당해 결국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만다.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목재상에서 일을 시작한 피노는 숨겨진 사업가적 기질을 발휘하며 아버지의 목재소를 물려받아 목재유통회사 소시에테피노를 설립한다. 이것이 바로 세계3대 명품 그룹 PPR의 모태다.

맨주먹으로 사업을 일궈나가던 그의 사업성장 비결은 경영이 악화된 저평가된 기업을 싸게 사들이는 인수합병 전략이었다. 첫 번째 인수 회사는 가구가전 유통업체였던 콘포르마였고 프랑스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쁘렝땅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 그리고 2007년에는 독일의 스포츠용품 기업인 푸마까지 합병에 성공하면서 세계적인 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춘다.

피노는 막대한 부를 움켜쥔 세계적인 유통 거물답게 아트컬렉션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소장품 목록엔 몬드리안, 피카소, 제프 쿤스 등의 20세기 최고의 작가들 작품 2000여점이 등록돼 있다. 그 가치는 한화로 약 1조5000억원. 피노의 첫 컬렉션은 몬드리안의 ‘Tableau Losangique II’로 알려졌다. 가격은 880만달러. 미술품 컬렉션을 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1998년에는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를 인수해 그의 존재감은 미술계의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푼타델라 도가나 미술관은 15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낡은 창고였던 곳을 미술관으로 바꿔 현대 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푼타델라 도가나 미술관 전경.<출처=위키미디어>

크리스티는 1766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유서깊은 경매회사다.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계기는 1789년 일어난 프랑스 시민혁명. 혁명 정부가 귀족들로부터 압수한 미술품과 장식품, 귀금속 등의 판매를 크리스티에 위탁하면서 짧은 시간에 세계적인 경매회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크리스티는 뉴욕, 런던, 파리, 제네바, 두바이, 홍콩, 상하이 등 30여개국에 경매장을 운영하며 소더비와 경쟁하고 있다. 피노는 2006년과 2007년 연속으로 영국의 유명 매거진 아트리뷰가 선정한 ‘세계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피노는 크리스티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컬렉션 스타일은 ‘떨림과 느낌’…미술품 수집으로 매력적인 삶

피노는 한국에 방문해 자신의 컬력션을 소개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2011년 한국의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프랑수아 피노 컬렉션:Agony and Ecstasy’전에서다. 이 전시는 피노의 소장품 중에서 자신이 아끼는 4인방인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무라카미 다카시, 신디 셔먼의 국내 미공개 작품 23점을 선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컬렉션 스타일을 ‘떨림과 느낌’이라고 밝혔다. 비평가들의 평가가 아닌, 자신만의 시선으로 판단을 하며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작품을 선택한다는 것. 누군가의 말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의 안목을 믿고 작품을 선택할 때 좋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다고 자신만의 수집 원칙을 공개했다.

그는 2000여점에 달하는 소장품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1700년대 후반에 건축된 팔라조 그라시 미술관과 푼타델라 도가나 미술관을 설립했다. 푼타델라 도가나 미술관은 15세기에 지어진 건물로 낡은 창고였던 곳을 미술관으로 바꿔 현대 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듯 자신도 미술품 수집을 통해 삶이 더 매력적으로 변한 것 같다며 자신의 삶에서 기업가로서 동시대 미술에서 오늘을 보고 미래를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보상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국 작가로는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밝힌 피노는 자신의 컬렉션으로 세계 순회전시를 하는 꿈을 갖고 있다. 현재는 자신이 쌓아올린 거대한 성 PPR 그룹의 경영권을 아들에게 넘기고 사업 일선에서 물러나 예술 작품들을 전시하며 남은 인생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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