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째를 맞는 날이다. 여느 정부와 달리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당선 직후 취임과 함께 ‘일자리, 사람 중심의 경제’, ‘소득 주도 성장’을 기치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 

경제·사회정책과 관련해 기억이 나는 것만 꼽아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 시대 선언, 전년대비 1060원(16.4%) 오른 최저임금 대폭 인상, 초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과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상, 두차례에 걸친 부동산투기 억제정책, 2020년까지 국민건강보험 보장률 70%까지 상향, 내년 7월부터 아동수당 10만원 지급, 현행 20만원인 기초연금을 내년에는 25만원으로 올리고 2021년까지 30만원으로 단계적 인상 등등이다.

경제·사회정책 하나하나가 발표될 때마다 재벌과 대기업 그리고 이들과 이해를 같이 하는 보수야당과 일부 언론의 극심한 저항이 있었다. 반대논거의 대부분은 앞뒤가 맞지 않은 모순적인 주장이 많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국민부담론과 포퓰리즘이다. 반대론자들은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경제·사회정책에 소요되는 재원이 결국 국민의 (세)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걱정(?)을 했다. 그럼에도 다른 한편으론 포퓰리즘이란 딱지를 붙이면서 사안에 관계없이 ‘묻지마’ 식의 대정부 비난에만 몰두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세력의 공세는 맛보기에 불과했고, 앞으로가 더 문제다. 문재인정부가 계속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이들의 반대는 더 격렬해질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 안착되는 순간, 자신들이 독점했던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기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의 강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자리 창출 및 임금인상 → 가계소득 증대 → 내수경제 성장을 동반한 국민경제 성장 →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 → 일자리 창출 및 임금인상으로 반복되는 ‘소득 주도 성장’의 선순환구조는 이들에게 재앙이다.

5년후 문재인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기록될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중 하나가 앞서 언급한 경제·사회정책의 연착륙 여부다.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이 갖는 의미인 동시에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새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제 물길을 돌렸을 뿐”이라며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과제와 어려움을 해결해 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돌려진 물길을 강으로, 또 바다로 보내기 위해 “국민 여러분이 국정운영의 가장 큰 힘이고, 국민과 함께 가겠다”며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을 당부했다.

중기이코노미는 수차에 걸쳐서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밝힌 ‘포용적 복지국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증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 중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일단 분위기는 괜찮다.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각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대부분 80%를 상회하고 있다. 지난 100일 내내 기득권세력을 포함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그렇게 물고 뜯었음에도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소득 주도 성장’의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알지 못하는 국민들도, 최근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한 일련의 정책을 보면서 자신들의 삶도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개혁에 대한 요구도, 새정부에 대한 기대도 큰 만큼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을 수 있다.

지난 100일간 문재인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진지를 구축했을 뿐, 공격을 제압할 수 있을 만큼의 우수한 무기도 충분한 식량도 확보하지 못했다. 해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지난 100일간 정부가 제시한 경제·사회정책을 다듬어서 한치의 오차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이를위해 정책집행에 필요한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정책전달체계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인프라도 다시 정비해야 한다. 또 정책시행 이후 피드백을 통한 보완을 거쳐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는 수차에 걸쳐서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밝힌 ‘포용적 복지국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증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간에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규모만 178조원이다. 증세없이 자연증가분에 세입과 세출을 조정함으로써 178조원을 마련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178조원을 무리없이 마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실현됐다고 가정해도, 그 정도 수준으로 ‘포용적 복지국가’라고 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대로라면 2022년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은 70%수준, 2015년기준 OECD 국가 평균 보장률 80%와 비교하면 10%p 낮다. 포용적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핀셋증세’를 넘어 전면적인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중산층, 서민에게 증세를 통한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의는 백번 이해한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개혁의 동반세력으로 묶어두기 위한 전술적인 고려가 있음도 짐작 가능하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 나은 복지’를 위해 우리국민 10명중 7명 이상은 세금을 더 부담할 의사가 있다. 국민들 대다수의 요구는 정부가 세금을 더 걷어서, 필요한 곳에 사용하라는 것이다. 

청사진만 제시된 각종 경제·사회정책중 재원부족을 이유로 어느 하나라도 삐걱거린다면, 문재인정부에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칫 한두가지 사소한 오류로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포용적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도,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도 지금 당장 증세를 위한 국민적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증세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준 것은 아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중소기업, 중산층, 서민에 대한 증세 가능성 자체를 차단했던 종래 입장과 비교하면 진전된 발언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우리 사회의 조세 공평성이나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한 소득 재분배, 복지 확대를 위한 필요한 재원 마련 등 추가 증세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공론이 모아지고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촉구한다. 지금이 바로 추가 증세에 대한 국민들의 공론이 모아졌고, 합의가 이뤄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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