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프로젝트컴퍼니 김기웅 대표는 “외식업의 실패율이 높은 이유는 치열한 경쟁과 특히 고정비 증가로 인한 영업이익률 하락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국내 최초로 푸드 인큐베이팅에 도전한다는 ㈜심플프로젝트컴퍼니 김기웅 대표. 그는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자리에서 외식업의 실패율이 높은 이유는 치열한 경쟁과 특히 고정비 증가로 인한 영업이익률 하락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음식점은 70만7801개, 총 인구에 대비하면 1개의 음식점을 70명 정도의 손님이 이용하는 셈이다. 한정된 시장 안에서의 과당경쟁으로, 매출증가율은 2006년과 비교해 2013년 4.2%에 불과했으나 비용증가율은 8.6%다. 영업이익률도 떨어졌다. 2006년 전국 음식점의 영업이익률은 22%였지만, 2013년 기준 전국 음식점의 이익률은 7%다. 김 대표는 매년 오르는 임대료와 인건비 지출이 외식업 이익률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전원일기 아역배우 ‘영남이’의 푸드 스타트업 도전

국내 외식업 창업 실태

<자료=심플프로젝트컴퍼니>

“처음 도시락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좋아하는 일을 해서 좋았습니다. 매출성적도 괜찮았고 보람도 있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출은 적지 않은데 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했죠.”

김 대표는 원점부터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영업비용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임대료와 시설 사용비, 인건비 등을 줄여야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다른 식당과 자원을 나눠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닿았다. 인근 식당들과 배달도 공유하고, 식자재도 공동구매하고, 공간도 함께 사용하면, 고정비용을 상당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015년 11월 김 대표는 서울시 삼성동에 작은 규모의 공유주방 모델인 심플프로젝트컴퍼니를 설립하고 푸드 인큐베이팅 서비스 ‘위쿡’을 시작했다. 공유주방은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요리를 할 수 있는 오픈 주방으로 외식업 창업자를 위한 테스트 키친 역할을 한다.

‘위쿡’ 멤버십 가입으로 고가의 주방설비 무제한 사용

공유주방은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요리를 할 수 있는 오픈 주방으로 외식업 창업자를 위한 테스트 키친 역할을 한다.   ©중기이코노미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위쿡은 월정액 멤버십 회원으로 가입하면 대형 오븐, 가스레인지, 냉장고 등 고가의 주방설비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여기서 아이템을 개발하면, 심플프로젝트컨퍼니는 외식업 전문가의 레시피·브랜딩·경영교육 등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창업 아이템과 적합 상권도 추천하고, 아이템별로 푸드코트나 홈쇼핑 등 적정한 판로도 연결해준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의 위쿡을 통해 ‘초면’이라는 퓨전 일본식 라멘제품을 개발한 푸드 스타트업은 위쿡을 졸업하고, 심플프로젝트의 주선으로 최근 롯데마트 푸드코트에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공유주방이 실제로 국내에 적용될 수 있는지, 시장 수요가 있는지 등 1년동안 검증기간을 거쳤다. 의외로 다양한 사람들이 공유주방을 찾았다. 도시락 사업을 하는 사람, 식품 개발자,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별도의 조리시설이 추가로 필요한 자영업자의 문의가 이어졌다. 모바일과 배달앱 등의 발달로 푸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굳이 매장을 소유하고 운영할 필요가 없어진 이유도 위쿡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한 몫했다.

“공유주방이라는 모델은 우리나라에서 생소하지만,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활용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3년간 키친 인큐베이터의 수가 50% 가까이 증가해, 39개 주에서 200여개의 키친 인큐베이터가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DC의 ‘유니온키친’은 외식업 예비 창업자를 위한 대표적인 공유주방으로 잘 알려져있죠.”

검증 거쳐 ‘창업허브’에서 푸드 인큐베이팅 본격 시작

팝업매장은 제품개발을 마치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검증을 받은 메뉴를 판매한다. 팝업매장은 3개월 동안 이곳에서 실제 매장운영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이후 창업해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최근 문을 연 서울 공덕동의 ‘창업허브’로 둥지를 옮겼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제대로 시험해보기 위해서다. 서울산업진흥원(SBA)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발돼, SBA와 인연을 맺었던 김 대표는 서울시와 SBA가 창업허브를 오픈한다는 소식을 듣고 SBA에 푸드 인큐베이션을 제안한 것이다.

“원래는 푸드코트로 조성될 계획이었던 공간에 창업허브의 설립 취지에 맞게 푸드 스타트업이 제품을 개발하고 사업화할 수 있는 실험적인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제안을 했죠.”

SBA가 김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창업허브내에 공유주방이 생겨났고,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지난 14일 오픈식을 했다. 창업허브의 푸드 인큐베이터에는 현재 21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팝업매장을 운영하는 5개 스타트업과 공유주방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16개 스타트업이다.

팝업매장에는 북해도식 커리스프 ‘필요이상’, 할랄 식재료를 이용해 만든 한식 ‘할랄투고’, 가마솥 김치볶음밥 ‘미스꼬레아’,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수비드 스테이크 ‘그릿스테이크’, 실험적인 생선요리를 선보이는 ‘마이웨이 퀴진’ 등이 입주했다. 이들 팝업매장은 제품개발을 마치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검증을 받은 메뉴를 판매한다. 팝업매장은 3개월 동안 이곳에서 실제 매장운영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이후 창업해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대형 주방설비들이 갖춰진 공유주방은 성게알로 반찬을 만드는 사람, 버섯발효차를 개발하는 사람, 저탄소 고지방 다이어트 도시락을 만드는 사람, 감자전이나 감자튀김을 개발하는 사람, 빵이나 베이커리 디저트를 개발하는 사람 등이 이용한다. 삼육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도 개인 맞춤형 착즙주스를 공유주방에서 개발하고 있다.

김기웅 대표와 푸드 인규베이션에 참여중인 푸드 스타트업 대표들.<사진=심플프로젝컴퍼니>

검색키워드·SNS트렌드 분석, 창업아이템 추천…TIPS팀 선정

“외식업은 창업을 염두에 둘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아이템입니다. 하지만 음식점 창업 후 1년 이내 폐업하는 비율은 41%에 달합니다. 5년 안에 폐업하는 비율도 83%나 되죠. 충분한 시장조사와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본을 끌어들여 무리한 창업을 하기 때문에 실패했을 때 겪는 어려움도 크죠.”

그래서 새로운 외식시장을 개척하려는 이들이 충분히 실험해보고 사업 가능성이 보일 때, 자본을 투자할 수 있도록 심플프로젝트컴퍼니는 외식업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소개했다.

또 정부와 서울시 소상공인시장지원센터 등에서 제공하는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를 종합해 업종별로 적합한 상권을 알려주고, 포털 검색키워드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트렌드 등을 분석해 창업아이템을 추천하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심플프로젝트는 이 기술로 중소기업청 기술창업지원사업 TIPS 프로그램 운영사인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의 투자를 받아 지난 6월 TIPS 창업팀으로 선정됐다. 또 최근에는 건국대학교 인근에 또 다른 푸드 인큐베이팅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곳을 통해 다양한 푸드 스타트업이 배출되고, 따로 매장을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푸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전국에 공유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공유주방은 또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창업의 전진기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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