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쟁의행위에서 파업과 직장점거, 대체근로 전면금지는 회사의 인사권과 경영권 등 고유권한에 상당한 침해를 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17일 주최한 ‘자동차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방안’ 세미나에서 발제자인 김희성 강원대학교 법학과 교수의 주장이다. 현대자동차 노사간 임금·단체협약을 둘러싼 이견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18일부터는 노조의 합법적인 파업이 보장된 가운데 나온 도발적인 주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협력적 노사관계를 논하는 자리였지만, 발제자나 토론자 모두 협력적 노사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사용자가 취해야 할 조치나 노력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해, 일방적 주장만 내놓은 토론회라는 비난을 관련된 노조로부터 받고 있다.

17일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코엑스에서 열린 ‘자동차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방안’ 세미나는 자동차 업계의 협력적 노사관계를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발제자나 토론자 모두 협력적 노사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사용자가 취해야 할 조치나 노력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중기이코노미

◇직접투표를 우편투표로 전환=김희성 교수는 이날 “노조가 조합원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나, 사업장 내에서 직접적으로 투표하는 것은 투표를 강요하거나 투표하지 않는 조합원을 비난할 수 있기 때문에 투표권자의 자유의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직접투표방식을 우편투표방식으로 전환하고, 설명의무 등 절차적 공정성과 엄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파업은 노동3권으로 보장된 권리이며, 정당한 사유를 가지고 있다. 노조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파업을 시행하고 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직접투표가 투표권자의 자유의지를 침해한다는 주장은 사용자측의 일방적 주장이다. 오히려 현장에서의 직접투표가 왜곡 가능성을 적게 한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우편투표를 인정하자는 것인데, 우편투표 방식으로 노조법에 정한 직접·비밀·무기명 투표 요건을 충족시킬 방법은 사실상 없다. 국가에서 실시하는 총선이나 대선에서 인정되는 우편 부재자 투표관리방법은 비용·인력 등의 문제로 노조선거에선 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업 찬반투표 가결요건 강화=김 교수는 “1회의 찬반투표가 수차례 쟁의행위의 근거로 이용됨으로써 사측은 파업기간의 예측가능성을 상실하고, 발생하는 손해 역시 예측 불가능해진다”며 “현재 노조법상 파업찬성률 요건인 과반수 이상을 2/3 또는 3/4 이상으로 높이고, 투표 유효기간도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관계자는 “파업 찬반투표에 유효기간을 정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며 “2017년 단체협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파업이 일어난다면, 그 파업은 올해 단체협약에 대한 것이며, 파업기간이 경과해도 동일한 사항에 대한 것이다. 이를 매건 결렬될 때마다 파업 찬반투표를 할 수도 없고, 파업이 하루하고 끝나는 것도 아닌데 찬반투표에 유효기간을 두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파업찬반투표의 가결요건을 2/3이상 나아가 3/4이상으로 높이자고 주장하는 이면에는 거듭되는 현대·기아차의 파업때문인 것으로 판단되지만, 이는 진단과 처방이 틀렸다. 한국사회 전체 노조 가운데 파업을 하는 비율에 비춰볼 일이지, 현대차만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대차지부를 포함 대기업노조 일부를 제외하면, 한국사회 노사관계에서 힘의 우위는 여전히 사용자에게 있다는 것이 노사관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직장점거 금지=쟁의행위 방법으로 직장점거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파업은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본질이며,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써 사업장 밖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17일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앞에서 2017년 총파업 출정식을 했다.<사진=뉴시스>

김 교수는 “직장점거는 이유불문하고 형법상의 주거침입죄나 점유권 및 소유권 침해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며 “미국이나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직장점거형 파업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우리나라도 사업장내 직장점거를 일체 불허하는 규정을 신설한 후, 예외적으로 점거가 허용되는 시설을 따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쟁의행위시 직장점거는 구체적인 양태에 따라 적법성 여부가 달라진다. 또 김 교수가 원칙적으로 금지하자고 주장하는 ‘직장점거형 파업’은 현행 노조법과 판례에 따르더라도 이미 제한되고 있다. 즉 방어적·예방적인 요건 등 엄격한 조건 속에서만 노조의 직장점거가 인정된다는 얘기다.

결국 김 교수의 주장은 사업장에 대한 직장점거를 일체 불허하고, 점거해봐야 사용자에게 아무런 타격도 줄 수 없는 장소만 점거하라는 주장과도 같다. 기본적으로 파업권이란 사업주에게 대한 불이익을 법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노사간 타협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김 교수는 파업권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노사간 극단적 대립형태에서 나타나는 직장점거에 따라 노조가 받는 불이익은 사용자의 그것보다 결코 적지 않다. 현대자동차는 2010년 11월 사내하청노조가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울산1공장 등을 점거하자, 조합원 475명을 상대로 총 203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노조가 파업의 수단으로 불법적인 직장점거를 선택한 경우 노사의 입장에 따라 ‘만족도’가 다르지만, 그에 상응하는 민형사상 제재수단은 이미 갖춰져 있는 것이다.

◇대체근로 허용=김 교수는 노조 파업시 대체근로를 금지한 규정도 풀어야 한다고 했다. 대체근로 금지규정이 노조의 합법적 파업에 대한 사용자의 대항적 조치를 봉쇄하기 때문에, 사용자인 회사는 그저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김 교수는 “영업의 자유나 직업선택의 자유와 같은 사용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소지가 높다”며 하도급과 파견까지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현대차지부 관계자는 “파업시에만 근무하는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겠다는 것인데, 2~3시간 교육을 통해 근무에 투입한다면 어떻게 제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겠는가”라며 “(김 교수의 주장은)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을 억제하려고만 하는 재벌들의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종석 한국경제 좋은일터연구소 부소장은 “노사관계 법제도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건 과거부터 제기돼 오고 있었다”며 “파업은 손실이 따르고, 그것을 감내하고라도 최후 수단으로써 사용돼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매년 되풀이되는 파업은 그만큼 절실함을 보여준다고 여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노조법에서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2년을 초과할 수 없다고 해놨다. 또 임금교섭이 주로 1년 단위로 짧고, 그만큼 파업빈도도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며 “이를 노사 자율에 맡기거나, 4년 이하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의 큰 주제는 협력적 노사관계이지만, 발제자나 토론자 모두 협력적 노사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사용자가 취해야 할 조치나 노력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저 노조가 파업을 결정하는 절차나 파업과정에서 일부 보여지는 퇴행적인 부분만을 비난하며, 그것을 이유로 노조법 체계 전반에 대한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노조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 불난 집에 부채질할 요량이 아니었다면 굳이 이날 토론회를 개최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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