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의 사전적 의미는 ‘힘을 합해 서로 돕는다’다. 혼자 아등바등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힘(도움)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함께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호간 이견이 있다면, 조율하고 맞춰 나가야 협력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노사관계에서 ‘노사간 협력’ 수준은 매우 낮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최근 주최한 ‘자동차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방안’ 세미나에서 김&장 법률사무소의 우광호 박사가 인용한 WEF(세계경제포럼)의 노동시장 효율성 조사에 따르면, 2016년기준 ‘노사간 협력’ 부문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48개국중 135위다. 2012년에는 129위, 최하위 수준이었음에도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하락했다. 우 박사는 “한국보다 아래 순위에 존재하는 국가들은 아마 대부분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국가일 것”이라고 말했다.

GDP규모 세계 11위의 위치를 점하는 한국에서 노사간 협력 수준이 사실상 ‘꼴찌’인 이유가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참석자들은 협력적 노사관계를 주제로 이야기를 쏟아냈지만, 그 전제는 ‘기업이 있어야 근로자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날 세미나의 주된 주제는 대법원 판결을 앞둔 기아차의 통상임금과 현대차노조의 파업이었다.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의 일치된 결론은 ‘기업에 부담을 주는 판결과 행위는 있어서는 안된다’로 정리할 수 있다.

세미나에 최소한 노조측 관계자 또는 노조의 입장을 얘기할 인물이 한명쯤은 참석해야 했다. 세미나 주제에 ‘협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기에 더더욱 그렇다. 혹 주최측이 노력했지만 ‘노조측’에서 참석을 거부했다면, 주제에 걸맞는 토론회장은 아님이 분명하다.

이날 세미나에서 노조입장을 고려한 말을 억지로 끄집어내자면, “파업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니까 혐오해서는 안된다” 정도다. 불행히도 이마저도 토론내용에 비춰보면 그 진정성을 찾기 어려웠다. 세미나를 지켜보면서 거듭 확인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혐오가 노사간 협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란 점이다. 그리고 이날 세미나에서 쏟아낸 일방적 주장은 치워 버려야 할 그 장애물의 벽만 더 두껍게 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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