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로 공공의 영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을, 주민 중심의 지역커뮤니티가 주도하는 도시재생이 되도록 사업기간을 길게 잡고 주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희원 선문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도시재생 사업은 5년이라는 시간적 제약이 있다”며 “이러한 제약은 사업 추진의 원동력이 되기는 하지만, 자칫 시간에 맞추기 위한 성과중심의 사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우리나라는 2013년 12월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발효된 이후 2014년부터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됐다. 1차시기 사업으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13개 지역에서 경제기반형·근린일반형·근린소형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 중이며, 2차시기인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 33개 지역 경제기반형·근린일반형·근린중심형 도시재생 사업도 진행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통해, 전국적으로 매년 100곳씩 5년간 총 500곳을 지정하고 50조원의 재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새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발표되면서, 정부 부처와 정부 산하기관 등에서도 앞다퉈 도시재생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업기간 제약, 성과중심 업무…도시재생 걸림돌=도시재생은 지역커뮤니티에 기반해 합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료=김현아 의원실>

이희원 교수는 그러나 80년대 이후 지역커뮤니티가 급격히 와해됐고 경제만능주의 사고가 팽배해져, 주어진 사업기간내에 지역커뮤니티를 재생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즉 주민중심의 다양한 지역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그에 맞는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 마을을 재생하기 위해 한명의 공무원이 20년간 한자리에 근무하며, 서서히 마을을 변화시키고 그 일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업기간의 제약과 성과중심의 업무추진이 도시재생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재생 사업 현장인력 근무환경 개선해야”=도시재생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인식변화와 합의도 중요하다.

사업초기 도시재생 사업을 ‘관’ 주도의 단발성사업으로 인식해, 나눠먹기식 사업 또는 혜택을 받기만 하는 사업으로 판단할 우려가 있다. 주민에게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이 아닌 경우, 주민이 직접 참여해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데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이 교수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상시적인 교육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도시재생에 참여하는 주민, 관, 중간지원조직 등 각 주체의 목소리가 상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초기단계부터 작은 단위의 실행업무도 함께 진행하는 등 각 주체의 직접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현아 의원은 “도시재생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속도에 대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이 교수는 “시민들이 도시재생 사업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신할 수 있다면, 도시와 건축을 경제적 부의 축적수단이 아닌, 삶의 터전을 일구는 것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아 의원은 “도시재생 사업을 직접 이끌 지역의 도시재생지원센터 등 현장인력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하지 못하면, 사업이 양적으로만 확대돼 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도시재생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속도에 대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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