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비과세 혜택을 200만원에서 300만원(서민형은 25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확대하고, 중도인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의무가입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 세법개정안을 이달초 내놨다. 서민과 중산층의 재산형성을 돕겠다는 것이 개정 이유이지만, 최근 급감하고 있는 ISA 가입자 수를 끌어 올려보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국민만능통장’이라는 기대를 안고 지난해 3월 탄생한 ISA는 같은 해 11월 가입자 240만2708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현재까지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12월부터는 가입자보다 중도해지자가 더 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일부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는 가입대상을 현재 근로사업소득자, 농어민에서 18세 이상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한다. ISA 가입률을 높이는 것이 서민 재산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모양인데, ISA 가입자가 급감하고 중도해지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결국 이 제도가 서민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방증일게다.

23일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판매하고 있는 76개의 ISA 상품 중 25개 정도는 수익률이 정기예금보다 못하다. 또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128개 상품 중 20여개의 상품도 정기예금보다 수익률이 낮다. 문제는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더라도 가입자는 계좌수수료를 꼬박꼬박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권의 ISA 수수료는 평균 0.75%, 증권사의 수수료는 평균 1%다. 세제혜택을 사실은 금융회사가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면, 원점부터 차근차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예상보다 성과가 좋지 않다고 단순히 가입을 늘릴 방안에만 골몰한다면, ‘서민 자산키우기’가 아닌 ‘서민자산 금융사 몰아주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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