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에서 패션가발전문점 핑크에이지 가맹점을 운영하던 A씨는 점포가 위치한 건물이 명도소송에 휘말려 임대차 계약 갱신이 불가능해졌다. A씨는 ㈜핑크에이지 가맹본부에 복수의 후보지를 알리며 점포이전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가맹본부는 “대로변 1층에 위치해야 하고, 매장 내 전면 유리설치가 가능해야 한다”는 입지조건을 내세우며 점포이전 후보지를 모두 거부했다. 가맹본부가 요구하는 입지조건을 충족하는 점포들의 임차료는 감당할 수 없이 높은 수준이었다. A씨는 가맹본부의 점포이전 승인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점포 임대차 기간이 만료돼, 기존 점포에서 50m 떨어진 곳으로 점포를 이전했다. 이후 가맹본부는 ‘가맹본부의 동의 없는 점포 이전’임을 이유로 물품공급을 중단하고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이처럼 가맹본부가 계약기간 중 가맹점주의 점포이전 승인을 거부하고 물품공급을 중단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을 위반한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가맹희망자의 주의를 당부하는 피해주의보를 24일 발령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가맹점주가 계약기간 중 점포를 이전하려면, 반드시 가맹본부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내용이 계약서에 포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가맹사업법상 가맹점주의 준수사항 중 ‘가맹본부의 동의를 얻지 아니한 경우 사업장의 위치변경 금지’를 반영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점포이전으로 타 가맹점의 영업지역을 침해하거나 브랜드 통일성을 훼손시키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일 뿐, 가맹본부에 점포이전 승인 재량권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맹점주가 임대료 상승, 건물주의 갱신 거절 등으로 점포를 불가피하게 이전해야 하는 경우, 가맹본부는 위 조항을 빌미로 점포이전 승인을 거부하거나, 영업지역 축소 등을 승인 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가맹희망자는 계약체결 전 계약내용을 꼼꼼히 살펴, 자신의 점포이전에 대한 권리 등이 포함되도록 요구해야한다. 가맹희망자는 가맹계약 체결 시 계약내용에 가맹점사업자의 점포이전에 대한 권리를 포함하도록 해, 가맹본부의 자의적인 승인거부에 따른 피해와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계약체결 당시 가맹본부가 내세운 점포 입지조건을 충족하고, 타 가맹점의 영업지역을 침해하지 않는 한 가맹본부는 점포이전을 승인하는 것이 공정거래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점포이전과 관련한 분쟁을 사전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해, ‘가맹점주가 점포이전 승인을 요청하는 경우 가맹본부는 최초 계약체결 시의 점포 승인요건이 충족되면 이를 조건 없이 승인’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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