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93.8%가 1개 이상의 보험상품에 가입하고 있다. 또 같은해 11월 신용정보원이 전체 보험업권 통합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통계를 낸 결과를 보면, 전체 국민 10명 중 7명(68%)이 실손보험에 가입했다.

이처럼 미래의 예상치 못하고 피할수 없는 위험으로부터 대비하기 위해 누구나 하나쯤 보험에 가입한다. 하지만 소방직이나 택배원, 배달원과 같이 보험회사의 고위험직종군은 보험가입이 어렵다.

국회에서 30일 열린 ‘고위험직종 보험가입 활성화 정책토론회’에서는 보험회사의 고위험직종 보험가입 거절에 대한 문제점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보험연구원 김규동 연구위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험직종 보험가입 활성화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위험직종이라는 이유로 사망보험 가입을 거절한 곳은 보험사 24곳 중 6곳, 실손보험을 거절한 곳은 19곳이다. 또 이륜차를 이용한 택배원의 경우 사망보험 가입을 거절한 곳은 4곳, 실손보험은 12곳이다. 이륜차 배달원의 경우는 사망보험 3곳, 실손보험 8곳에서 거절했다.

보험회사가 고위험직종의 보험가입을 거절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피보험자의 위험도가 높으면 보험료에 비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많아지고, 보험회사의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가 오르기 때문이다. 위험도가 높은 피보험자의 가입이 많으면, 위험도가 낮은 계약자도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1차적으로 보험료를 차등적용함으로써 보험가입 여부를 조정하고, 이를 통해서도 보험가입이 어려울 경우 보장범위 및 가입금액을 제한하며, 마지막으로 가입거절 조치를 취한다.

김 연구위원은 “위험도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적으로 반영되지 못하면, 저위험 가입자는 자신의 위험도 보다 높은 보험료를 내야하기에 순차적으로 보험시장에서 이탈하고, 고위험 가입자만 보험시장에 남는 ‘Death spiral’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험회사는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천병호 전무는 “소방공무원 단체보험의 경우, 현장직이나 출동직 근로자는 사무직에 비해 4~5배 보험료가 높다. 단체보험으로 일괄 가입하기에 단일 보험료가 적용되고 표면상 차등이 없지만, 이를 개인 보험화할 경우 차등하지 않으면 보험가입자간 형평성 문제가 대두된다”고 밝혔다.

보험연구원 김규동 연구위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위험직종 사이에서도 보험회사 손해율이 제각각인데, 위험도가 높다는 이유로 보험가입에 제한을 받거나 거절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손해율 제각각인데 일률적 적용…같은 직종도 생·손보 따라 달라

하지만 보험사가 뚜렷한 기준없이 고위험직종을 임의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연구위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직업별 손해율에서 운동선수(180%)나 소방관(112%)은 손해율이 100%를 넘지만, 환경미화원(67%)이나 건설단순 종사원(48%)은 그렇지 않다. 고위험직종 사이에서도 이처럼 손해율이 다른데, 고위험직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 가입을 거절당하거나 제한받고 있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손해율이 높은 직종은 보험가입을 거절해도 변명의 여지가 있지만 환경미화원이나 건설단순 종사원의 경우, 보험회사가 위험도를 평가하는데 적정한 방법이 아닌 비합리적 방법이 개입돼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세분화된 기준 없이 일률적으로 구분하는 것도 문제다. 소방직이라도 행정직의 경우 위험도가 낮지만, 소방직이라는 이유로 보험가입을 거절당하기도 한다.

소방청 신열우 소방정책국 국장은 “운전자 보험의 경우, 모든 소방공무원이 소방차를 운전하는 것으로 추정해 전부 거절당하고 있다. 소방직 업무 파악없이 임의적인 결정이라 보여진다”고 말했다. 특히 신 국장은 “소방직도 똑같은 실손보험이지만, 생보사냐 손보사냐에 따라 다르다”고 지적했다.

소방청 신열우 소방정책국 국장은 “운전자 보험의 경우, 모든 소방공무원이 소방차를 운전하는 것으로 추정해 전부 거절당하고 있다. 소방직 업무 파악없이 임의적인 결정이라 보여진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보험은 공동의 위험 분담…“위험도 구체적·세부적으로 평가해야”

보험은 공동의 위험을 분담하고자 탄생한 금융상품이므로, 본질적으로 공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민영회사에 공공성만을 강조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공적 성격을 무시할 수 없기에 고위험직종 가입을 보험회사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보험의 공적·사적영역 중 어디에 가중치를 둘 것인지 문제는 분명히 어려운 숙제이지만, 역설적으로 고위험직종 종사자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개선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고위험직종 종사자들은 보험가입 어려움으로 인해 업무상 사고는 물론 일상사고에도 대비하기 어렵다. 가입희망자 위험도를 구체적·세부적으로 평가해 가입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현재 소방직 종사자들은 지자체를 통해 단체보험을 들고 있지만, 지자체마다 보장정도가 차이가 있고 충분치도 않다. 그래서 사적으로 보험에 들려고 하면 가입거부를 당한다”며 “소방관이 사적 이익을 위해 위험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며, 국가가 이들을 위해 보험가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 세월호 사건 시 희생한 잠수부나 경찰 형사과, 공수부대 소속 군인들은 단체보험도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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