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이 부족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럴때 스타트업에 힘이 되는 사람들이 엔젤투자자들이다. 그렇다면 아이디어만 보고, 과연 투자자들이 투자를 해줄까?

스타트업이 투자금을 받기 위해서라면 수익성 보다는, 기존의 시장에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 해답을 찾아갈 것인지 어필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테크놀로지아 진대순 대표는 31일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창업기업 컨설팅 세미나’에서 “아이디어는 아이디어 일뿐이며, 아이디어만 보고 투자하는 투자자는 없다. 또 단순히 수익을 보고 투자한다면, 스타트업보다는 현재 수익을 내고 있는 기성기업이 적합하다”며 “아이디어를 통해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시장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이며, 아이디어 실현을 통해 어떤 변화를 끌어내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 투자자의 동의를 얻는 것이 투자를 받는 포인트”라고 조언했다.

진 대표는 대표적 스타트업 사례로 온라인 쇼핑몰 ‘쿠팡’을 꼽았다. 쿠팡의 경우 자금이나 기업규모면에서 스타트업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진 대표는 “쿠팡은 온라인 비즈니스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실험중이며, 직접배송 서비스 또한 그런 실험의 일부다. 쿠팡에 대한 투자금은 쿠팡이 던진 질문과 실험에 동의한 투자금이 들어간 것”이라며 “단순히 중개업을 하거나 돈을 벌겠다는 기업을 스타트업이라 부르지 않는다.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스타트업을 뜻하며, 엔젤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이 던진 질문에 동의하고 그 답을 찾는데 힘을 모으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 실현 구체성 제시…투자금 목적, 내용 분명해야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구체성은 갖춰야 한다. 진 대표는 “투자를 받으러 오는 창업자들이 놓치는 부분은 얼마를 투자받고 싶은지, 투자금을 통해 어떻게 사업을 운영할지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무작정 5억원, 10억원을 투자해 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블로그를 운영해 사람을 모으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현재 블로그를 운영중이라면 사업으로 이어가기 위한 플랫폼 구축에 얼마가 필요한지, 투자금의 목적과 내용을 분명히 해야한다. 내 월급을 위한 투자금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던진 질문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금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한 능력을 투자자에게 보여주는 것 또한 투자유치를 위해 중요하다. 진 대표는 “국내에서 투자를 잘 받는 스타트업은 창업자들이 대부분이 글로벌기업 출신이거나 컨설팅업체 출신인 경우가 많다”며 “다른 스타트업이 봤을때 불공평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역으로 보면, 그 사람들이 받는 투자금은 보통 직장을 다니면 받을 수 있는 연봉의 1/4, 1/5에 불과하다. 그런 능력과 희생을 인정하기에 투자가 잘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칭시, 5분안에 사업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무리

이어 진 대표는 “투자자들이 아이디어만 보는 것은 아니며,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창업가의 능력도 투자를 결정하기 위한 평가대상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분야에 종사한 경험이 있다면 투자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그것이 어렵다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운영하고 있고, SNS의 독자나 조회수가 얼마나 확보돼 있나, 해당 분야에 대해 어느정도 수준의 아티클(Article)을 뽑아낼 수 있는지 또한 투자자가 투자를 결정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운좋게 투자자들 앞에서 사업설명회 기회를 얻었지만 시간이 부족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진 대표는 “투자자나 심사위원 앞에서 3분내지 5분동안 사업설명을 하는 피칭(Pitching) 기회가 주어지면 설득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 짧은 시간에 설득을 하고 사업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무리며, 그런 설득에 넘어가는 투자자들도 없다”며 “피칭의 목적은 투자자들이 다시 연락하게 하는 것이다. 피칭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존의 시장에 어떤 물음을 던졌고, 답을 찾기 위해 어떤 방식을 구상중인지를 보여주고, 여기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기 위해 따로 미팅을 가지고, 이를 통해 실사후 투자로 이어지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드펀딩 “수익통한 성공 아닌, 유의미한 결과물에 초점”

내가 던진 질문이 투자자들의 흥미를 끌었다면, 소위 시드펀딩(Seed Funding)을 받을 수 있다. 보통 아이디어 단계에서 투자하는 투자금을 뜻하며, 5000만원에서 3억원, 1년에서 3년정도의 기간을 바라보고 투자한다. 투자자들은 이 기간동안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성공하길 바라지 않는다.

진 대표는 “숙박시설 공유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의 경우 이용자 1000명이라는 유효한 트래픽을 얻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3년의 기간동안 카드빚 등을 이용하며 버텼고, 그 이후 자금이 들어오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페이스북 또한 하버드대학내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미국 동부의 학교들을 추가하고, 미국 전역으로 서비스를 넓히고, 대학생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마켓을 넓혀가며 확장을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진 대표는 “시드펀딩을 통해 받은 투자금을 소진시킬때까지 아이디어를 어느정도 현실적으로 구현해 내야 한다. 제조업이라면 시제품을 제작하고, 서비스업이라면 일정지역에 대한 서비스구축 등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야하며, 이 결과물이 있어야 다음 투자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종 종사한 리딩 투자자라면 후속 투자유치 쉬워

31일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창업기업 컨설팅 세미나’에서 ㈜테크놀로지아 진대순 대표는 "무조건 돈만 보고 투자를 받을 것이 아니라, 나에게 어울리는 투자자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그렇다면 나에게 좋은 투자자는 누굴까? 내가 하고자 하는 분야에서 활동한 투자자가 좋다. 여행관련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면, 여행업계에 종사했던 경험이 있는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이 좋다.

진 대표는 “투자자들 중에서는 스타트업을 대신해 사업제안서를 작성하거나 PT자료를 대신 만들어 주는 투자자도 많으며, 다른 투자자를 대신 물색해주는 투자자도 있다”며 “동종 사업분야에 종사했던 적이 있는 투자자는 사업진행에 있어 피드백이 가능하다. 또 그런 투자자가 리딩(Leading) 투자자가 된다면, 다른 투자자 역시 일차 검증이 완료된 것으로 보고 신뢰를 가지며, 후속 투자를 유치하기도 보다 쉬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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