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   ©중기이코노미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지금 어떨까.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은 한국의 스타트업 환경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과 같은 큰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환경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했다. 

유니콘 기업은 상장 이전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이 되는 기업을 의미한다. 미국의 우버, 에어비앤비, 에버노트, 중국의 샤오미, 디디추싱 등 전세계에 190여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쿠팡, 옐로우모바일, 넷마블게임즈 등 3개 기업이 꼽힌다.

“지난해 미국의 벤처캐피털(VC) 투자금이 80조원, 중국의 벤처투자액이 36조원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총 2조1500억원이 벤처기업에 투자돼 역대 최고치였죠. 한국의 경제 사이즈에 비해 적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유니콘 기업을 더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는 투자 생태계 규모를 키우고 선진화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임 센터장은 스타트업의 ‘엑시트(Exit)’가 활발하게 이뤄져, 생태계의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엑시트는 스타트업이 성장해 인수합병(M&A) 하거나 기업공개상장 등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창업자와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 회수 투자금이 다시 창업이나 투자로 이어져 생태계가 선순환한다.

모두 안 된다고 할 때 ‘토스’에 투자한 ‘알토스벤처스’

임 센터장은 간편 송금서비스 ‘토스’를 개발한 기술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와 글로벌 VC ‘알토스벤처스’를 이상적인 스타트업 선순환 모델로 소개했다.

지난해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개최한 스타트업 생태계 컨퍼런스<사진=스타트업얼라이언스>

“토스를 개발한 이승건 대표와 3년 전쯤 미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 대표가 송금서비스의 불편함을 해소하겠다고 했을 때, 그 회사가 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었습니다. 아무 것도 없는 신생기업에 은행은 대출을 해줄리 없고, 무료로 송금서비스를 한다는데 수익모델도 없었죠. 또 당시에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상 정부 모태펀드의 출자를 받은 VC는 금융업·부동산업·미풍양속을 해치는 업 등에 투자를 못하게 하는 업종제한이 있었죠.”

모두가 토스 아이디어를 실현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때, 알토스벤처스는 토스의 기술 가치만 보고 2014년 8월 10억원을 투자했다. 토스는 이 투자금을 종자로 해서 토스 서비스를 개발해 2015년 2월 토스를 정식으로 출시했다. 

알토스벤처스는 토스 출시 이후 성장단계에 맞춰 2015년 7월 IBK기업은행 등과 함께 시리즈 A단계에 50억원을 투자했다. 2016년 8월에는 시리즈 B단계에서 실리콘밸리 VC인 굿워터캐피털 등과 함께 256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올해 2월에는 페이팔, 굿워터캐피털 등으로 구성된 투자컨소시엄을 구성해 550억원을 투자했다.

토스는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확보한 고객층을 기반으로 다른 금융서비스까지 확장하고 있다.

“토스와 알토스벤처스의 사례는 VC가 어떤 투자철학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키워가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알토스벤처스는 실리콘밸리 기반의 미국 벤처캐피털로, 한국인 김한준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데, 김 대표가 선구안을 가지고 아무 것도 없는 회사에 과감하게 투자를 한 것이죠. 김 대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토스가 더 큰 회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장단계에 맞는 투자를 이끌어 냈습니다.”

알토스벤처스는 초기위험이 높지만 성공 잠재력도 큰 스타트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실리콘밸리의 투자방식을 따르고 있다. 임 센터장은 이와같은 VC가 한국 투자 생태계에 많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한국의 분야별·투자금액별·엑시트(Exit) 스타트업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스타트업 맵’을 제작해 공개하고 있다.<자료=스타트업얼라이언스>

소신을 가지고 과감히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많아야

우리나라에서도 스타트업 시장이 확대되면서 유능한 VC가 등장하고 있다. 임 센터장은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각자대표 강석흔, 송인애)의 경우, 파트너들이 모두 성공한 창업가 출신이면서 정부의 모태펀드 없이 100% 자기자본으로 펀드를 조성한 사례라고 했다. 자신의 성공과 실패 경험으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정부의 눈치 볼 필요없이 과감하고 소신있는 투자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적지않은 VC는 자기자본이 아닌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등의 모태펀드를 받아 와, 그것을 기반으로 펀드를 조성해 투자를 한다. 정부의 모태펀드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한국의 벤처캐피털 투자 생태계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부실하다는 게 임 센터장의 분석이다. 투자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기 보다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안정적인 투자에 집중한다는 얘기다.

이와함께 임 센터장은 작은 스타트업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실현하기에는 규제가 너무 촘촘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새로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지원하기 보다는 기존의 제도나 규정을 완화해 관련 투자를 활성화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지난 10여년 동안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마중물 역할을 잘 해왔습니다. 이제부터 정부는 초기 스타트업에 몇 천만 원에서 많게는 몇 억원을 지원할 게 아니라, 싱가포르 투자청이 성공적인 해외자본 투자를 해 국내산업을 지원하듯 스타트업 투자산업 규모 자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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