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은 경쟁당국에서 가장 엄하게 규제하는데, 그 중 입찰담합은 경쟁제한성이 매우 중대한 경성카르텔(hard-core cartel)에 해당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육성권 입찰담합조사과장은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카르텔 업무 설명회’에서 “OECD는 입찰담합으로 인해 조달가격이 경쟁수준 보다 20% 이상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사업자는 자신의 시장행위를 독자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경쟁사업자와의 협력을 통한 인위적 조정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입찰담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쟁제한 효과만 발생시키고, 효율성 증대효과는 기대할 수 없어 경성카르텔에 해당한다”며 “그렇기에 입찰담합은 적발 시 경쟁제한성을 쉽게 인정받는다”고 말했다.

육 과장은 입찰담합의 대표적인 유형으로 ▲입찰가격 담합 ▲낙찰예정자의 사전결정 ▲경쟁입찰계약을 수의계약으로 유도 ▲수주물량 등의 결정 ▲경영간섭 등 5가지로 나눴다.

◇가격결정 뿐만 아니라 정보 교환·제공도 담합=입찰가격 담합은 사업자가 공동으로 입찰가격 또는 그와 비슷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을 결정하는 행위를 뜻한다. 최저입찰가격을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결정하는 것은 물론, 입찰가격을 협의하거나 그에 관한 정보를 교환·제공하는 것 또한 담합으로 여긴다. 보통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의 산출내역서를 대신 작성해주는 방법으로 입찰한다.

또 발주처의 예정가격을 인상시킬 목적으로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예정금액보다 높은 금액으로 투찰해 고의적으로 유찰시키는 행위와, 사업자 단체가 입찰가격을 결정해 소속 사업자들에게 제공하는 행위도 담합이다.

육 과장은 “합의를 할때 서로 특정금액을 합의할 수도 있지만, 몇 개 사업자가 참여해 ‘난 얼마에 투찰한다’고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낙찰자로 인정해 달라는 의사를 묵시적 표시로 봐서 담합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낙찰자를 이미 정해놓으면 담합=사업자가 공동으로 낙찰예정자를 정하는 것은 분명한 불법행위다. 낙찰예정자가 낙찰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입찰참가자들이 일부러 높은 가격으로 투찰하거나, 낙찰예정자가 협조의 대가로 차기공사 발주시 낙찰협조 또는 금품지급 등 이익을 공여하거나 약정할 경우 담합으로 여겨진다.

이 뿐만 아니라 낙찰예정자 선정방법을 결정하는 행위도 불법이다. 지역사업자의 경우 특정 입찰에 연고권을 주장하며 낙찰 받거나 이에 협조해도 담합이며, 공사를 교대로 수주하기로 하거나, 사업자별로 수주실적 등을 정리해 낙찰예정자 선정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에 협조하거나, 협조를 강요한 것만으로도 담합이다.

◇입찰참가 거부해 수의계약으로 유도해도 담합=사업자가 공동으로 특정사업자가 수의계약에 의해 계약할 수 있도록 결정하거나 유도한다고 판단될 경우, 담합으로 인한 처벌을 받는다. 이는 당해 입찰을 수의계약으로 유도할 것을 합의하고, 입찰참가자들이 모두 예정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응찰해 유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입찰참가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거나, 특정사업자의 수주를 목적으로 사업자들이 공모해 들러리 형식으로 입찰에 참여했다가, 도중에 포기하고 특정사업자 이외의 다른 사업자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봉쇄해 수의계약을 유도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와함께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객관적 기준없이 특정한 사업자를 부당업자 또는 불량업자로 구분해 발주처에 통보하거나 대외공표함으로써, 입찰참여를 방해한 후 수의계약을 유도하는 방법이 적발되기도 했다.

육 과장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유찰이 여러번 되면 수의계약으로 체결할 수 있는데, 이를 악용해 고의로 유찰이 일어나도록 모두 입찰에 불참하거나 높은 가격으로 입찰하는 행위”라고 했다.

◇특정 낙찰자 선정이 아닌 수주물량 임의 배분도 담합=사업자가 공동으로 수주물량을 결정하거나 나눠갖기 위해 입찰참가자 간 배분에 관해 결정하는 행위가 이뤄졌다면 이 또한 담합이다.

단독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음에도 일부 물량만 응찰하고, 다른 사업자와 공동수주를 하기로 합의했다면 담합으로 인정받아 처벌을 받는다. 또 이 과정에서 비협조적인 사업자에 대해 입찰참가를 방해하거나 기타 불이익 제공 등 차별취급을 하는 행위가 발생하기도 한다.

◇다른 사업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사업자가 공동으로 입찰과 관련한 사업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또한 담합으로 여겨질 수 있다. 입찰참여자로 하여금 수주물량 일부를 특정사업자에게 하도급 형태로 주거나, 자재구입을 하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하게 하는 방식이 있다. 또 낙찰에정자로 하여금 계약금액 일부를 기부금이나 특별회비로 납부하게 해 공동사용하거나 배분하는 행위도 담합이다.

이와함께 사업자 단체가 구성사업자에게 입찰가격에 관한 목표를 부여하거나, 수주예정자 결정을 위해 입찰참여 여부를 사전에 통지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도 담합이다.

육 과장은 “쟁점 중 하나는 법적으로 별개회사이지만, 모회사와 자회사와 같이 지배종속 관계라면 카르텔로 인정할 수 있느냐다. 카르텔은 독립된 사업자 사이의 합의를 전제로 하며, 법인격이 서로 다르다고 하더라도 지배종속관계의 폐쇄된 관계라면 카르텔 성립이 불가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찰담합은 다르다”며 “입찰담합에는 특수성이 있다. 시장 메커니즘에 따르지 않고 주관적 판단에 의해 낙찰자가 결정되면 담합으로 볼 수 있다. 모회사가 자회사를 입찰에 끌고 들어오는 것은 들러리를 세우는 것으로, 사실상 경쟁이 존재하지 않기에 입찰담합으로 판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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