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우리가 보통 지식재산권이라고 하면 상표권,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권(의장권), 저작권 정도를 떠올린다. 좀 더 크게 보면 상호권,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한 권리까지 이 지식재산권의 범주에 넣을 수도 있다. 지금 살펴 볼 지식재산권 혹은 지적재산권은 상호권과 부정경쟁방지법상의 권리를 포함한 내용이다.

지식재산권은 두 가지 관점에서 봐야 한다. ▲첫째 나의 지식재산권, 즉 재산화가 된 나의 지식재산권 활용을 위한 적극적 관리와 ▲둘째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을 피해가는 소극적 관리가 그것이다. 지식재산권은 어떻게 관리하는 가에 따라 회사를 망칠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상호 정하기…지역별로 등기해 유사상호 많아

사업을 시작할 때 사업아이템을 정하고, 자금을 모은 후, 다음으로 하는 일이 상호를 정하는 것이다. 상호를 정한 후 사업자등록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상호는 상인의 ‘이름’이다. 이름을 정하고, “내가 이런 이름으로 사업을 합니다”라고 대외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개인사업자의 경우에는 상호가 사업자등록증에 표기될 뿐이지만, 법인의 경우에는 등기까지 해야 한다.

상호는 ‘등기소’에 기록된다. 즉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표에 이름이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등기소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지금은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에서 간편하게 열람하거나 검색할 수 있다. 왜 등기소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상호를 정할 때 가능하면 유사상호를 피해 가기 위해서 검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상호를 정했더라도, 다른 사람이 이미 쓰고 있다면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데 우리가 포털사이트에 특정 상호를 검색하면, 여러 개가 나온다. 예를 들어 ‘양평해장국’을 검색하면, 양평지역의 해장국만 아니라 여러 군데의 양평해장국 집이 검색된다. 왜 그럴까? 상호가 지역별로 등기되기 때문이다.

상호는 지역별로 다른 사람과 구분만 되면 등기가 받아들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상호검색을 할 때에는 ‘관할등기소’ 별로 검색하게 돼 있고, 관할등기소 내에 완전히 동일한 상호만 없으면 등록이 된다. 또한 완전히 동일한 상호도 관할만 다르면 등록이 된다. 그래서 상호라는 이름 정하기 절차는 상당히 간단하다.

  ©중기이코노미

상호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념으로 상표란 것이 있다. 농심 ‘새우깡’을 예로 들어 보자면, 농심은 상호이지만 ‘새우깡’은 제품명이자 상표다. 상호가 상인이 사용하는 이름이라면, 상표는 상표법에 의해 등록된 ‘상품’에 대한 표장이다. 이 상표는 상표등록을 한 이후부터 권리가 발생한다.

상표는 일종의 스티커와 같은 권리다. 상표를 소유한 사람이 붙이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지 붙일 수 있다. 새우깡이라는 상표를 ‘초코파이’에 붙이더라도, 상표권자의 의지로 붙인 것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쉽게 말하면, 상호와 상표는 별개로 따로 사용되는 권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상호권자가 여러 개의 상표를 가질 수 있다.

상호는 법원 인터넷 등기소에서 검색할 수 있는데, 상표는 특허청 정보검색서비스인 키프리스 서비스를 통해서 검색한다.

키프리스 주소로 들어가면 오른쪽과 같은 화면이 보인다. 키프리스는 검색 방법을 익히면 보다 효율적으로 검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 사용할 경우 먼저 교육 툴을 한번 실행해 보기를 바란다.

기본적인 교육도 받기 귀찮다면 바로 검색창에 검색어를 넣고 검색을 시작해도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권까지 다 검색되기 때문에 상표부분만 찾아보기 위해서는 맨 위에 있는 서치 메뉴에서 먼저 상표를 클릭해서 보이는 것과 같은 상표전용검색창을 띄워 여기서 상표를 검색하는 것이 편리하다.

‘고우’로 검색해 봤다. 2508개의 검색결과가 나온다. 이렇게 많은 검색결과가 나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상표는 상품의 분류별로 등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처럼 상표법상 상품분류에 따라서 하나는 43류 상품이고, 하나는 30류 상품이기 때문에 같은 고우라도 등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같은 30류 상품인데 모양만 조금 다른 고우라는 상표가 같이 등록이 돼 있다.

이럴 수 있는 것은 둘의 상표권자가 같기 때문이다. 고우라는 상표를 상품분류 30류 상품에 사용하고자 하는 출원인이 상표를 설계해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미리 선점해 놓은 것이다. 글자로만 이뤄지는 상호와 달리 상표는 글자와 모양이 합쳐져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유사한 형태로 여러 개가 가능한 것이다.

상표는 먼저 등록한 사람이 소유한다는 점 유의

그리고 상호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상호를 상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상호로는 등록될 수 있지만, ‘상표’로는 등록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상호를 정하면서 나중에 이 상호를 상표로 쓰기로 마음먹었는데, 마침 상표로 등록을 하려고 하자 상표등록이 거절되는 경우가 있다. 즉, ‘고우’라는 상호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고우’라는 상표가 확실히 등록된다고 말할 수 없다. 상표는 등록을 한 이후부터 권리가 발생하는데, 상표는 먼저 등록한 사람이 그 상표를 소유하기 때문이다.

흔히 ‘김밥 전쟁’이라고 부르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2009년 부산에서 먼저 영업을 시작한 ‘고봉민김밥人(옛 상호 고봉김밥人)’과 2011년 상표등록을 먼저 한 ‘고봉김밥’은 3년 가까이 치열한 상표권 분쟁을 벌여 왔다. ‘고봉민김밥人’은 부산에서 시작했지만,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체인점이다. 결국 상표등록에 소홀히 했다가 원래의 상호인 ‘고봉김밥人’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상호만 가지고 있으면서, 상표등록을 소홀히 한 결과는 자신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간판’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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