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가 아닌 ‘국민경제’, ‘사람중심의 경제’를 지향하는 문재인정부가 ‘포용적 성장’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화룡점정이 될 수도 있는 퍼즐조각을 찾았지만 ‘모양’ 자체도 잘 맞지 않고, ‘색깔’은 더더욱 맞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내정자 얘기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어떤 곳이고,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는 ‘중소기업청’을 ‘중기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킨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적 판단 속에 잘 녹아있다. 포용적 성장의 과실을 최종적으로 향유하는 사람(人)은 근로자와 자영업자 그리고 그 범위를 넓혀야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 정도다. 

건실한 중소기업을 포함 중견·대기업의 지속성장 지원정책은 해당기업에 종사하는 사람(人)의 행복과 안녕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그 의미가 있다. 제한된 예산의 효율적 배분이란 측면에서도, 시장에서 탁월한 경쟁력은 보유하지 못했지만 ‘나름의’ 자생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후순위다. 이들 중소기업의 대내외 경쟁력 강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에서 보완할 수 있다. 물론 대기업이 독점한 시장권력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이들 중소기업에 대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은 정책의 우선순위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추진해 할 사안이다. 

정리하면, 중소벤처기업부의 최우선 과제는 근로자와 자영업자 그리고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에 맞춰져야 한다는 얘기다. 수십년이상 계속된 대기업 수출중심의 우리 산업생태계에서 근로자와 자영업자 그리고 영세 중소기업은 언제, 어디서나 ‘을’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을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반드시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은 ‘공감’능력이다. 말만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깊은 고통을 장관 스스로 느껴야만 소통도 되고, 치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폭발적인 지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을’의 기대와 격려의 출발점은 공감과 소통이다. 대통령과 공정위원장에게 환호하는 이유는 우리 공동체에서 소외된 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해 줬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옆으로 다가가서 손을 잡아준 데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외면받았던 자들이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결은 그 다음 문제다.

지난달 31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최근 논란에 대한 해명 기자간담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재인정부 내각에서 중소벤처기업부는 5년임기 문재인정부의 성패까지 가늠해 볼 수 있는 ‘꽃중의 꽃’이기도 하지만, ‘포용적 성장’을 추동할 핵심 엔진이다.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자 ‘헬조선’이었던 나라에서 ‘희망’을 얘기하고, 공정위원장이 새로 임명되자 모두가 ‘공정한 시장’을 말한다. 제도와 틀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일 또는 유사한 제도라도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에 따라 천양지차의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우리는 목도했다. 그러나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내정자의 어느 구석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상조 공정위원장처럼 그러한 기대를 찾을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정반대의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박 내정자로, 문재인정부의 내각구성에 마침표를 찍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공감능력 부재다. 언론기고 등을 통해 보여준 박 내정자의 머릿속엔 민주주의 특히 인권과 노동권에 대한 감수성은 찾아볼 수 없고 퇴행적이기까지 하다. 정치적 자유 이외 경제·사회적 평등이념이 민주주의가 추구해야 할 본질적 가치라는 것을 박 내정자는 이해하지 못하거나 부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 수많은 ‘을’이 당하는 고통 대부분은 ‘민주주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임을 알지 못하는 박 내정자가 ‘을의 눈물’을 공감하고 닦아줄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 “과도한 노동운동, 책임을 망각한 과도한 민주주의, 노력 이상의 과도한 복지”가 우리 경제를 ‘저성장기의 늪’에 빠뜨렸다는 박 내정자의 진단은 ‘공감능력’ 부재에서 나온 것이다.

반인권적인 ‘동성애 반대’ 그리고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유신독재에 대한 옹호’ 논란도 그렇지만, 박 내정자는 문재인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조차 갖추지 못했다. 오히려 박 내정자는 ‘뉴라이트 옹호’ 의혹을 통해 ‘갑질’을 관행화시킨 적폐세력의 이해와 주장을 대변했다. 당사자는 공부만 열심히 해서 뉴라이트에 대해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공동체로부터 배운 지식은 학습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것을 이웃과 지역 그리고 국가에 환원해야 하는게 지식인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덕목이다. 그럼에도 박 내정자는 학문활동에 따른 공만 취했을 뿐, 바로 옆에 있는 이웃과 ‘을의 눈물’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영혼없는’ 장관과 ‘촛불정부’가 동거할 수 없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도 알고, 촛불도 안다.

이밖에도 박 내정자와 관련한 여러가지 논란이 있지만, 일일이 열거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노동이 존중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대통령은 약속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더 이상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게하지 않겠다고 대통령이 약속했다. 수십년이상 반칙을 일삼고, 특권만을 누렸던 적폐세력을 단죄하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국정참여자로서 박 내정자는 부적합하다. 노동과 인권에 대한 인식 자체도 없을뿐더러, 우리 사회 ‘을’의 고통 자체도 외면하고 알기 위해 어떤 노력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0년이상 경제민주화 및 소상공인의 권익을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을살리기운동본부’가 박 내정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요구한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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