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단기실적에 치우쳐 과당경쟁이 벌어져 일선 직원에게는 과도한 부담을 주고, 이는 곧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필요이상의 금융비용을 발생시킴에 따라, 단기성과에 치우친 핵심역량평가(KPI)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KPI 전체 평가항목 중 73.4%가 단기 성과 관련 지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유주선 사무총장이 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금융공공성 강화 및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 토론회에서 주요 은행 KPI의 세부 평가지표 구성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신규상품’ 관련 지표가 전체의 62.6%를 차지했다. 이어 손익 또는 건전성 등 재무와 관련된 부분이 10.8%다. 전체 73.4%가 단기성과적 지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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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상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올리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금융노조가 은행사업장 조합원 3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7%가 ‘고객 이익보다 KPI실적에 유리한 상품을 판매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복수응답) ‘과도하게 부여된 목표’ 때문이라는 응답이 66%였다. 또 ‘은행 수익을 우선시하는 KPI 평가제도’를 55%가 꼽았다.

이는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로 이어진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75%가 ‘가족, 친구, 지인 등에게 상품을 강매한 적이 있다’고 했다.

유 사무총장은 “은행들이 보여주기식 외형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금융위나 금감원 등 금융감독당국이 은행감독규정 등 규제조항이 없어 방치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나서서 성과위주의 KPI를 걷어내고, 공공성과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반영한 평가지침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대표 등이 참여하는 방안 논의를”…노동이사제 대안

이와함께 금융기관의 공공성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정의연대 김득의 상임대표는 은행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장기 1인지배체제는 은행을 사유화하며, 장기집권을 위해 단기수익을 강조한다. 금융지주회장 임기제한제도를 도입해 3년 연임정도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김승유 전 하나은행장의 경우, 1997년 하나은행장에 오른 후 2005년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자리에 올라 2012년에 퇴임했다. 또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2004년 은행장에 취임한 후, 2014년 이후 현재까지 씨티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자료=국회 ‘금융공공성 강화 및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 토론회/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와관련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정승일 정책연구소장은 “각 은행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나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원 등에서 노동자와 소비자 대표의 참여를 보장하는 법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 방안 중 하나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노동이사제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공공기관과 함께 10대 재벌그룹 계열사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지만, 4월 민주당 대선공약집에서는 ‘공공부문 도입 후 민간부문 확대’, 7월 국정기획자문회의 최종안에서는 ‘법률개정 후 공공기관에 도입’으로 바뀌었다.

정 소장은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시행하면, 지금이라도 금융권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경우 은행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이런 곳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KPI 개선을 요구하면, 단기성과 위주의 평가지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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