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국제특허법률사무소 한태근 파트너 변리사

이와 관련해 한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5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3부는 아딸 창업자 이경수 전 대표의 부인 이현경씨가 본사인 오투스페이스를 상대로 낸 서비스표권(상표권)침해금지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상표권이 부인 이씨에게 있다’며 560여개 점포의 가맹본사인 오투스페이스측의 상표권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다”라는 판결내용이 보도됐다.

이 소송이 유명 프랜차이징 브랜드 ‘아딸’과 관련해 가맹사업을 해오고 있는 가맹본사 법인과, 이 법인과 특수관계에 있었다고 할 수 있는 상표권자 간에 벌어진 소송인 점이 세간의 관심거리였다.

‘아딸’ 소송…상표권을 누구에게 귀속시킬지 법원 판단 관심

그러나 통상의 상표권 침해소송과 달리 이 사건에 좀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는 브랜드(상표)를 실제 사용해오고 키워 온 가맹본사 법인에 상표권을 귀속시킬 것인지, 아니면 상표등록원부 상에 권리자로 등재돼 있는 개인에게 상표권을 귀속시킬 것인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안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아딸’하에 2008년부터 가맹사업을 해오고 있던 가맹본사 법인인 ㈜오투스페이스는, 전 대표의 부인이자 이 회사의 지분 30%를 가졌던 이현경씨가 2011년에 등록한 ‘아딸’ 상표에 대해 아래와 같이 두 종류의 심판(상표등록취소심판 및 상표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심판을 청구한 가맹본사 법인은 ‘아딸’의 진정하고 실질적인 사용자는 가맹사업을 실제 영위해 오고 있는 ㈜오투스페이스이며, 따라서 ‘아딸’ 상표를 가맹본사 법인이 아닌 개인이 등록한 것은 상표법에 위반된 등록이므로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과 법원은 “상표권자인 이현경씨가 가맹본사 설립 전부터 ‘아딸’ 명칭을 사용해 떡볶이 전문점 프랜차이즈업을 그 남편과 같이 해왔고, 가맹본사 법인 설립시 남편인 이경수씨 70%·이현경씨 30% 주식을 보유했으며, 가맹본사 법인 설립 전 그리고 법인 설립 후에도 이현경씨가 자신의 명의로 ‘아딸’ 상표권을 등록 관리한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가맹본사 법인 및 개인들 간에 ‘아딸’ 상표사용을 최종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이현경에게 귀속시켰다고 할 것이므로, 해당 상표의 권리자는 이현경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라 가맹본사 법인이 청구한 심판들은 모두 기각됐다.

한편, 상표권자인 이현경씨는 가맹본사 법인인 ㈜오투스페이스에 대해 상표권침해금지소송을 제기했었는데, 이를 심리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오투스페이스가 이현경씨가 등록한 ‘아딸’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가맹본사 법인인 ㈜오투스페이스는 ‘아딸’의 상표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현재 이현경씨는 ㈜아딸이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해 아딸 프랜차이징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반면 ‘아딸’ 상표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게 된 ㈜오투스페이스는 지금까지 해왔던 아딸 브랜드를 접고 대신 ‘감탄떡볶이’라는 별도 브랜드 하에 같은 프랜차이징 사업을 하고 있다. 한때는 동반자 관계였으나, 이제는 경쟁자가 된 것이다.

가맹본사 법인인 ㈜오투스페이스가 설립되기 이전에, ‘아딸’ 상표는 부부였던 이현경씨와 그 남편인 이경수씨가 공동으로 소유했다고 할 것이지만, 상표를 두 사람 명의로 출원하지 않고 이현경씨 단독으로 출원함에 따라 이러한 상황이 10여년이 지난 시점에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공동명의로 했거나 법인명의였다면, 지금 상황과 달랐을 것

여기서 ‘가정’을 해보자. 만약 최초로 출원된 ‘아딸’ 상표를 남편과 부인이 공동명의로 출원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 경우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아딸’ 상표권은 두 사람이 공동 소유하게 됐을 것이고, 그에 따라 ㈜오투스페이스의 상표 사용은 적어도 공동 상표권자중 1인(남편)으로부터는 동의를 받은 사용이 됐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상표 사용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다른 공유 상표권자(부인)의 동의가 필요하나, 가맹본사 법인이 공유 상표권자들의 동의 하에 근 10년간 상표사용을 해왔던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해 보면, 가맹본사 법인의 상황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아울러 이현경씨 또한 별도 법인을 세워서 ‘아딸’ 브랜드 하에 독립적으로 프랜차이징 사업을 했을 수도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이러한 가맹점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공유 상표권자인 남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오투스페이스의 대표자였던 남편이 이러한 사용에 대해서 동의를 해줄 리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가정’을 해보자. 만약 상표권자가 별도 법인으로 ‘아딸’ 프랜차이징 사업을 독립적으로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오투스페이스에 대해 ‘아딸’ 상표 사용중지를 요구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매출 감소를 가져올 수 있는 상표 사용중지가 본인에게는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애당초 상표출원인을 당시 공동사업을 하고 있었던 두 사람 명의로 했다면, 비록 두 사람의 관계가 멀어졌다 하더라도, 지금의 상황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법인이 상표권자였다면, 상표권자와 사업주체가 다름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두의 질문을 다시 생각해 보자. 누구 명의로 상표를 출원하는 것이 좋을까? 좀더 정확한 질문은 ‘누구 명의로 상표를 출원하는 것이 누구에게 좋을까?’일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법인명의로 출원한다면 대체로 법인에 유리하다고 본다. 만약 법인이 아닌 대표자 개인이나 대표자와 특수관계인 이름으로 출원한다면, 아무래도 법인보다는 대표자 개인에게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즉, 법인에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

또한 공동사업인 경우에는 공동사업자 전부 명의로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지배구조나 사안에 따라 법인 보다는 개인이 그리고 공유 보다는 단독이 좋은 때도 있다. 이렇듯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어쨌든 상표출원인을 정하는 데 있어서 단순하게 정할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끝으로, 판결을 통해 해당 상표에 대한 권리자는 회사가 아닌 부인인 것은 확인이 됐다. 그러면 남편은 이에 대해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을까? 현재 두 사람이 이혼소송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산 분할시 남편은 부인 명의로 돼 있는 상표권에 대해서 자기의 지분을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부분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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