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계열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KB노동조합협의회(이하 KB노협)가 현재 진행중인 회장선임 절차를 중단하고, 이와 함께 KB노협에서 추천한 인물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KB금융그룹 사외이사와 회장직 선출방식이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돼 온 것에 대해 개선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KB금융은 2015년에 마련된 경영진 승계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KB노협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윤종규 회장은 취임 당시 KB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고,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를 통해 매년 2명의 이사에 대한 연임배제 등을 발표했지만, 2016년은 물론 2017년 주총에서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 회장선임 절차는 사외이사 4명과 KB금융지주 회장이 참여하는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선임을 하고, 이렇게 선임된 사외이사들은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를 구성해 회장 후보를 추천한다. 사외이사가 추천한 후보중 내부이사들과 함께 이사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회장을 선출한다. 회장과 사외이사가 서로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나눠가짐으로써 “사외이사들이 사외이사를 뽑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KB노협은 5일 국회 정론관에서 KB금융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현재 진행중인 회장선임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중기이코노미

KB금융지주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올해 11월 회장선임을 앞두고 지난 1일 윤 회장을 포함한 내부 18인과 외부 5인의 리스트를 받았으며, 일주일 후인 8일 3인으로 최종 후보군을 추릴 것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KB노협은 “경영승계규정이나 공모절차도 없는 비상식적인 절차”라며 “2014년 당시 회장추천위원회는 100여명에 달하는 후보군을 압축하는 절차, 채점방법, 최고경영자(CEO)의 자격, 심층면접 구성 및 시간 등을 상세히 공개했다. 그러나 현재 추진중인 절차는 당시보다 후퇴해, 날치기에 가깝다”고 비난했다.

KB노협은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 역할을 맡은 사외이사가 회장 눈치만 보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며 “사람이 바뀐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KB노협은 우선 제대로 된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하승수 변호사를 추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KB노협이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한 하승수 변호사는 참여연대 출신으로, 현대증권이 KB금융에 인수되기 전 노동조합 추천을 통해 현대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KB노협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활동은 물론, 그 누구보다 독립적으로 경영진 이사의 직무집행에 대한 감시와 감독 직무를 해낼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 KB금융지주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충실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은 주주와 직원, 고객 등 이해관계자의 직접 참여를 통한 ‘경제 민주주의 실현’에 있다”며 “경영진 견제라는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끔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자”고 했다.

KB노협은 향후 임시주총에서 KB금융주주로서 정관, 이사회 관련 규정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KB금융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데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과반 찬성이 필요하며, 회장 단독으로 뽑을 수 없는 구조”라며 “회장 선출 또한 2015년에 마련된 경영진 승계규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이번 회장 선출과정이 간소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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