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기후변화의 원인 제공자이며, 동시에 가장 큰 피해자다. 이러한 도시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리려면, 도시의 에너지 소비자가 동시에 생산자가 되고, 에너지 주권을 가지고 에너지 자립을 이룰 때 가능할 수 있다.

유정민 서울에너지공사 수석연구원은 5일 경기연구원이 주최한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지금까지의 중앙집중적이고 공급자 중심적인 에너지정책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전환’의 정책을 제언했다. 에너지전환이란 에너지 생산 중심에서 수요관리 중심으로, 석유 및 화력발전 중심 에너지 생산에서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등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말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등의 에너지와 관련한 의제는 도시와 국가를 넘어선 전 지구적인 문제다. 특히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분권화된 에너지 전환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서울시 원전하나 줄이기 정책, 경기도 에너지비전 2030, 제주도 카본프리 아일랜드, 충청남도 에너지 비전 등 지자체가 정책을 내세우며 도시에서의 에너지전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유 연구원은 에너지전환의 방향은 ▲대량생산 ▲에너지 생산자 주도형 ▲싸고 안정적인 생산방식 ▲중앙집중형 에너지정책에서, ▲에너지생산의 분산 ▲에너지 소비자 주도형 ▲깨끗하고 안전하며 감당할 정도의 에너지비용 ▲분권화된 에너지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연구원은 에너지전환을 이루기 위한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며 서울시의 원전하나 줄이기 정책을 소개했다.

서울시는 에너지 생산지로부터 멀리 위치하고 있지만, 에너지 사용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대도시다. 2011년 기준 서울시는 전국 에너지 소비량의 11%를 차지하지만, 전력 자립률은 2.8%에 불과했다. 또 전력생산의 대부분은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1.5%로 낮은 수준이었다.

유정민 서울에너지공사 수석연구원은 지금까지의 중앙집중적이고 공급자 중심적인 에너지정책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에너지 자립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전환’의 정책을 제언했다.   ©중기이코노미

그 결과 2014년 6월 원전 1기분의 에너지양인 200만 TOE(Ton of oil equivalent, 석유환산톤)의 에너지 생산 절감효과를 달성한데 이어, 원전 2기분 에너지인 400만 TOE 생산 절감효과를 2020년까지 달성하기 위해 원전하나 줄이기 2단계 사업을 2014년 7월부터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5년간의 원전하나 줄이기 사업을 통해 총 366만 TOE의 에너지 생산 절감효과를 거뒀으며, 이는 1조6630억원의 경제적 가치다. 전력량으로 환산하면 2015년 기준 서울시가 1년간 사용하는 에너지 사용량의 35%며, 대구시 사용량의 107%다. 서울시의 전력 자립률은 2015년말 기준 5.5%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효과는 매년 819만톤CO₂로 30년생 소나무 숲 7588㎢(서울면적 12배)를 조성한 것과 맞먹는다.

유 연구원은 “에너지전환은 신재생에너지, 스마트시티, 온실가스저감, 에너지효율화 등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고 말했다. 특히 “도시지역에서의 에너지 과다사용은 기후변화를 가속시켰고, 그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 곳이 도시이기도 하다”며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어느 때보다 도시의 역할이 중요하며, 도시에서의 에너지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