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나고야의정서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이 92%가 넘고 전혀 모른다는 응답은 7%에 불과하다. 관련 업계와 연구 종사자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하지만 국내 화장품 생산 및 제조, 수입 등 관련업체만 7000곳이 넘는데 이 조사로 의정서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 얼마전 나고야의정서 관련 행사를 취재하다 만난 업계 관계자 A씨는 “중소기업에서는 10명중 1명만 잘 알고 있을 뿐, 나머지는 거의 모르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17일 한국이 나고야의정서(ABS)의 98번째 당사국이 되면서, 내년 8월부터 관련기업은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할 때 의정서 내용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생물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의 법 규정에 따라 사전에 허가신청을 해야하고, 이익공유 계약을 맺어 자원을 이용해 생긴 이익은 제공국과 나눠야 한다. 모든 과정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절차를 따지는 역할은 우리정부가 한다. 따라서 관련기업은 국내 점검기관에 일련의 모든 사실도 신고해야 한다. 강제성이 있어, 이를 위반하면 제공국 국내법에 명시된 처벌을 받는다.

예컨대 중국에서 나는 특정재료로 화장품을 만들던 기업의 경우, 앞으로는 재료를 사용할 때 사전에 알려야 하고 화장품을 팔아 생기는 이익은 중국과 공유해야 한다. 한국 정부기관에 이 모든 사실도 보고해야 한다. 즉 기업은 지금처럼 자유롭게 자원을 활용해 화장품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해지거니와, 모든 과정을 신고해야 하는 부담까지 생긴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등 몇몇 대기업은 특별팀을 구성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양이지만, 대부분의 중소 화장품 업체들은 손을 놓고 있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A씨에 따르면 단순히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고, 나고야의정서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도 수두룩 하다고 한다. A씨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중소 화장품 기업 임직원 약 140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나고야의정서가 뭔지 잘 아는 사람은 겨우 10% 수준이다. 환경부가 지난 6월 발표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업계의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나고야의정서에 대해 알고 있는 관련 종사자가 늘었다는 것은 긍정적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환경부의 조사기 미덥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단지 A씨의 주장 때문은 아니다. 조사가 좀 더 치밀해야 했다. 예를들어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말 화장품 관련업체(생산·제조·수입 등)만해도 7000곳이 넘는데, 조사대상 수를 확대해야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인식도가 높아졌다는 것 보다는 분명 이에대해 잘 알지 못하는 관계자들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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