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당시 KB금융의 ING생명 인수를 둘러싸고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이사회가 대립한 이후 불거진 이른바 ‘ISS 사건’ 파문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금융감독원은 같은해 10월 회장직을 퇴임한지 3개월이 지난 어 전 회장에게 ‘주위적 경고’ 처분을 부과했다.

KB금융은 어 회장 후임인 임영록 회장 체제에서도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경영진의 내부갈등이 계속됐다. 전산시스템 감사의견 채택여부를 놓고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이사회간의 충돌이 외부에 드러나면서, 2014년 9월 금융당국은 이 은행장에게는 ‘문책경고’, 임 회장에 대해서는 ‘정직3개월’의 징계처분을 확정했다. 징계처분 직후 이 은행장은 자진사퇴했지만, 임 회장은 자진사퇴 권고를 거부하다 결국 이사회 결정에 따라 9월18일 새벽 해임됐다.

KB금융지주의 현 윤종규 회장이 취임한 시점은, 앞서 연속 두번에 걸친 ‘지배구조 분란’과 무관하지 않은 이사들이 대거 퇴임한 2014년 11월이다. 전임 회장 등이 연루된 지배구조 분란을 의식한 듯, 윤 회장의 취임 일성은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승계시스템 구축, 사외이사 평가를 통해 매년 2명의 이사에 대한 연임배제’였다.

KB금융지주가 올해 11월 윤종규 회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하지만 올해 11월 임기만료를 앞둔 윤 회장은 초심과 달리 전임 회장들과 유사한 전철을 밟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급기야 지난 5일 KB금융지주 계열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KB금융노조협의회가 회장 선임절차 중단과 추천인사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고 나선다.

KB금융노조협의회는 현재 진행되는 회장 선임절차가 투명성과 객관성이 없다며 선임절차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KB금융에 대해 현재 금감원이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금감원의 평가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윤 회장을 회장 후보군으로 확정짓기 위한 졸속처리”라고 주장했다. 회장 선임절차 중단요구는, 윤 회장이 2014년 11월 취임 당시 밝혔던 문제의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받은 전임 회장 두명=‘ISS 사건’ 등을 이유로 2013년 10월 어윤대 전 회장이 금감원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았을 때, 박동창 전 부사장도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재임 당시 박 부사장은 어 회장이 추진하던 ING생명 인수가 이사회 반대로 좌절되자, 이사회 안건자료 등을 미국 주총안건 분석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에 제공했다. 

박 전 부사장은 그러나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징계요구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2015년 9월10일 대법원으로부터 동 징계처분 취소 확정판결을 받았고, 따라서 어윤대 전 회장의 경우, 동 경징계의 근거 역시 박 전 부사장의 징계 취소확정으로 이미 소멸됐다고 밝혔다.

어 전 회장의 뒤를 이어 2013년 7월 취임한 임영록 회장 임기중에도 지배구조 분란은 계속됐다. 2014년 당시 KB금융은 주전산시스템을 IBM 전산기에서 유닉스 기종으로 교체를 추진했다. 같은해 5월 KB국민은행 정병기 감사는 안건의결 근거자료가 왜곡됐다는 내용의 감사의견을 이사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사회가 정 감사의 감사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같은 내용의 감사의견서를 또다시 이사회에 제출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사회 결정에 반발한 이 은행장은 “금융지주가 시스템 교체비용 문제와 잠재위험을 의도적으로 축소 누락했다”며 금감원에 자진보고 했다.

금융당국의 징계처분에 이은 임 회장에 대한 이사회 해임결정과 이 은행장의 자진사퇴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불법대출 사건이 더해지기 했지만, 그 출발은 경영진 내부의 갈등이라는 것이 당시 세간의 분석이었다.

◇“회장의 권력욕심, 지배구조 문제점 드러낸 사건”=이에대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박홍배 위원장은 “두 사건의 성격은 다르지만, 회장의 권력욕심이 낳은 사태며, 그로인한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또 “회장에게 집중된 권력과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이사회로 인해,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된 일도 커져버렸다. 제도라는게 완벽할 수는 없지만, 내부통제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두번에 걸친 지배구조 분란 사태를 겪은 이후,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던 윤 회장은 정작 자신에게 만큼은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KB금융노조협의회의 주장이다.

윤 회장의 임기는 올해 11월20일까지며, 회장 후보자 선정을 위한 확대지배구조위원회의 개시 시한은 오는 20일까지다.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지난 1일 1차회의를 통해 총 23인의 Long List(유자격자) 선정절차를 마쳤고, 8일까지 3인의 Short List(선발후보자) 선정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노조협의회는 지난 5일 현재 진행되는 회장 선임절차가 투명성과 객관성이 없다며 선임절차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중기이코노미

◇“윤 회장의 연임을 위한 요식행위 선임절차”=이같은 회장 선임절차에 대해 KB금융노조협의회는 윤 회장이 취임할 당시와 비교하면, 매우 불투명하고 비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윤 회장 취임 당시 IR자료를 보면, 당시 회장후보만 100여명이다. 또 16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CEO후보 자격기준, 후보군에 대한 심층면접 구성과 면접시간까지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회장 선임과정에서는 후보의 숫자도 줄었거니와, 이들을 어떻게 압축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도 제시돼 있지 않다. 또 추천위원중 5명의 외부인사는 공모절차도 없이 헤드헌팅회사가 추천하는 인물만으로 선정했다는 것이 KB금융노조협의회의 주장이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박 위원장은 “윤 회장의 연임을 위한 요식행위를 감추기 위해 불투명하고, 비공개로 회장 선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사외이사와 회장이 각각 추천하고 결정하면, 양자 모두 유임되는 ‘회전문 인사’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KB금융의 사외이사는 회장이 위원장인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며, 회장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확대지배구조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회장과 사외이사 각각 상대를 추천하면 양자 모두 연임이 가능한 구조다. 또한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계열사 대표이사 등에 대한 경영승계 계획 수립 및 변경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현재 진행중인 회장 선임절차가 지난 2014년과 비교해 IR공시없이 간소하게 치러질 수 있는 것도 확대지배위원회의 결정이 있어서 가능하다는 얘기다.

◇“금감원 평가결과 나오기 전 후보군 확정하려 한다”=KB금융노조협의회는 회장 선임절차를 왜 이렇게 서둘러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지난달부터 오는 22일까지 진행되는 KB금융에 대한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경영실태평가는 법규위반이나 불건전 영업행위 등을 검사하고, 문제가 되는 경우 집중점검을 한다. 이 결과에 따라 윤 회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에 금감원의 평가결과가 나오기 이전에 KB금융지주가 윤 회장을 후보군으로 확정하고자 한다는 것이 KB금융노조협의회가 제기하는 의혹이다.

박 위원장은 “이번 회장 선임절차를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며 “회장 후보군을 사외이사들끼리 결정하니 직원들은 어떻게 선정되는지 알 수 없으며, 이에따라 직원들의 의사를 확대지배구조위원회에 알릴 수 있는 통로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외이사 선임의 경우 주총에서 직원들이 주주제안을 할 수 있지만, 이미 선정된 후보들을 비교하는 정도지, 실질적인 의견을 내는 것이라 볼 수 없다. 대부분 안건이 그대로 통과되며 주총이 30분을 넘기는 경우가 없다”고 했다.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투명경영을 위해 KB금융노조협의회가 사외이사를 추천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현실적으로 관철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반기보고서에 공개한대로 절차따라 진행하고 있다”=회장 선임절차의 문제제기에 대해 KB금융 한 관계자는 “2014년 회장 선임 당시 선임절차에 대한 프로세스가 존재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진행과정을 공시하는 방법으로 알렸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런 과정이 마련돼 있는 만큼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룹 내부적으로 꾸준히 회장직 후보 인재풀을 관리해오고 있었다”며 “올해도 반기보고서를 통해 해당 사항을 알렸다. 사외이사 선임의 경우도 내부에 마련된 규정을 통해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문제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이전에 윤 회장을 후보군으로 확정하려 하다는 KB금융노조협의회의 주장에 대해서는 “경영실태평가는 2년마다 이뤄지는 것으로, 회장선출과는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이라며 “일정과 방식은 적합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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