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10월2일 임시공휴일 지정은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며, 국민들에게 휴식을 보장해 일과 삶의 조화를 누리게 하자는 취지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런데 임시공휴일 지정은 문재인정부에서 처음 시행하는게 아니다. 박근혜정부 당시에도 두차례나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침체된 ‘내수경기 살리기’에 나선 전력이 있다.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서 정부는 국민의 휴식권 보장이라는 측면을 강조했다. 그러나 “내수진작 및 경제활성화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대통령이 직접 언급할 정도로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대감 또한 감추지 않고 있다. 다음달 3일부터 5일까지 추석을 전후한 3일간은 고속도로 통행료도 면제된다. 

박근혜정부가 내수 진작책으로 내놓았던 임시공휴일 지정과 판박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보면, 박근혜정부가 의도했던 경제활성화 및 내수진작의 효과는 반쪽에 불과했다. 휴가도 빈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각인되는 계기도 됐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내수진작, 따져보면 이것만큼 엉터리 정책도 없다. 국민들 호주머니가 비어서 소비가 줄고 내수가 침체되는 현실은 외면하고, 공휴일 늘려 소비를 촉진시키겠다는 발상이 맞는 것인지 정말 의문이다. 마른 수건 쥐어짜 논물 대자는 주장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억지주장이란 얘기다. 백번을 양보해 미미한 효과가 있다해도 백화점·대형마트·영화관·관광지숙박업소가 독식하고 나면, 10일간 공을 친 골목식당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한달 임대료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겐 전례를 찾기 어려운 10일간의 황금연휴다. 반면 하루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누군가는 가게문을 열어놓고, 오지않는 손님을 10일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속터지게 ‘노는 날’인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추석 전후 10일간의 연휴가 모두에게 넉넉한 것은 아니다. 공항으로 관광지로 몰리는 민족대이동 뒤에는 그 대열에 끼어들지 못하는 숱한 사람이 있다.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노동자,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일용직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몸살을 앓아야 한다. 사진은, 지난 5월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고 돌아온 여행객들로 인천공항이 북적이고 있다.<사진=뉴시스>

또 임시공휴일에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 그리고 대기업이야 당연히 쉬겠지만, 최소인력으로 유지되는 중소기업에는 어림없는 소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황금연휴기간중 ‘출근 등으로 쉬기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은 14.9%에 이른다. 임시공휴일 당일 공무원이나 대기업 종사자들이 공항을 가득 메울 때, 일터에서 TV로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할 중소기업 노동자,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몸살을 앓아야 한다. 일용직 노동자 역시 긴 연휴기간은 강제적 무급휴가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임시공휴일 지정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추석 전후 10일간의 연휴가 모두에게 넉넉한 것은 아니다. 공항으로 관광지로 몰리는 민족대이동 뒤에는 그 대열에 끼어들지 못하는 숱한 사람이 있다.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노동자,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일용직 노동자에게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면제해 주겠다며 내수경기를 살리겠다는 정책은 울고 싶은 사람의 뺨을 때리는 잔인함마저 숨겨져 있다.

어차피 휴가기간에는 생산보다 소비가 우선이다. 정부가 나서서 등 떠밀지 않더라도, 주머니 사정이 얇은 서민들 역시 쪼개고 쪼개서 돈 쓰기에 나서야 할 판이다.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서 경제활성화, 내수경기 진작이란 포장을 이젠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부가 할 일은 대통령의 또 다른 지적처럼 연휴가 길어 피해를 보는 사람, 소외받는 사람에 대한 배려다. 이런 배려가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10일간의 황금연휴는 반쪽짜리 민족의 대잔치로 끝날 수밖에 없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임시공휴일 지정과 같은 ‘빈껍데기’ 정책은 이제 중단하고, ‘알맹이’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노동자,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일용직 노동자의 지갑에 돈을 채워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을 하루빨리 수립해 집행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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