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1월 임기만료를 앞둔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의 연임 여부를 두고, 노사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회장 선임절차 투명성과 연임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회사측의 개입으로 여겨지는 조작 정황이 발견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KB노협은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설문조사 과정에서 사용자측의 개입이 상당히 의심된다”며 “사내익명게시판을 통한 여론 조작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 실시 설문조사 내용

<자료=KB금융 노동조합 협의회>

KB노협이 이날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윤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응답은 설문조사가 시작된 5일 8시 직후 2000건, 6일 14시에는 5000건을 넘어섰다. 찬성하는 응답은 5일 8시 직후 약 500건이 안됐으며, 6일 14시 1500여건 정도였다.

하지만 15시에서 17시 사이 갑자기 응답자가 늘었고, KB노협이 확인한 결과 두 시간 사이 이뤄진 응답은 17개 IP에서 중복 응답했다는 것이다. 한 IP에서 최대 551회나 설문에 참여하기도 했다. 중복응답을 통해 1500여건이던 윤 회장 연임 찬성 응답 수는 17시 이후 5000건을 넘었다. KB노협에 따르면 15시에서 17시 사이 응답한 3500여개가 연임 찬성에 몰표를 던졌다. 6일 15시 이전만 해도 시간당 약 100개의 설문조사 응답이 있었는데, 윤 회장 연임 찬성비율은 20% 정도였다.

KB노협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무응답을 제외한 유효샘플인 6807건 중 5541명인 81.4%가 윤 회장 연임에 반대했지만, 여기에 중복응답 4269건을 포함하면 기존 81.4%의 연임 반대 비율이 50.2%로 급격히 떨어진다.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응답 추이

<자료=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

KB노협은 “이번 설문조사는 선거가 아니고 의견을 묻는 것으로, 접속 시 본인인증을 하는 절차는 없으나, 단말기당 1번의 설문만 가능하게 설계됐다”며 “중복응답이 가능한 경우는 핸드폰 또는 인터넷 설정에서 ‘쿠키’를 삭제하고 재응답하는 방법이다. 이는 특별한 의도가 없는 한 일반인들이 시도하지 않는 방법이고, 중복응답이 가능하다는 것을 아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쿠키는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임시파일로, 상품구매 내역, 신용카드 번호, 아이디, 비밀번호, IP주소 등 이용자가 사용한 정보내역을 담고 있다. 이를 지우려면 이용자가 따로 인터넷 설정을 해야 한다.

KB노협은 “설문조사 결과 조작은 윤종규 회장 연임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라 주장하고, “이같은 노동조합 설문조사 방해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며, 동시에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사측 개입을 금지하는 노조법 제81조 ‘소정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KB노협의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지난 8월 노조선거 개입에 대해 사측이 사과는 했지만, 또 다시 이렇게 노조활동에 개입한 의혹이 드러났다”며 “지난 7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진 평가에서 윤 회장 연임에 부정적 의견이 많았고, 이후 갑작스레 급하게 회장 선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검찰고발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노협의 주장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묻는 찬반투표에 대해 회사가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며 “KB노협의 주장에 대해 현재로서는 물리적으로 검증할 시간이 없다. 필요하다면 노협과 사측의 공동조사를 진행할 의사가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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