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FTA 개정협상 요구와 관련, 미국이 이익을 보고 있는 농업분야까지 추가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농축산업계의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임정빈 교수는 12일 국회에서 ‘농업과 행복한 미래’가 주최한 ‘한·미 FTA 재논의 농축산업계 대응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FTA 개정협상이 시작되면, 미국은 자동차·철강 등의 무역수지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미국이 가장 많은 이익을 보고있는 농업분야에까지 더 큰 개방을 요구하는 경우”라고 우려했다.

국내 농업은 무역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농업분야 대미 무역수지 적자는 FTA 발효전 5년간 평균 59억달러에서 지난해 65억달러로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농산물이 37억2300만달러로 가장 큰 적자를 기록했고, 이어 축산물(20억7300만달러), 임산물(6억6900만달러) 순이었다. 협정이행 연차가 늘수록 대미 수입물량과 금액이 증가해 무역수지 적자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런 가운데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농업분야도 포함시킬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개정협상 목적이 무역수지 개선인 만큼 자동차와 철강 등의 산업을 중심으로 교역장벽 강화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으나, 동시에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산업에 대한 개방확대도 요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심화, 산업계 요구, 통상이익 확보 등 때문인데 농업, 서비스 및 에너지, 노동, 환경 등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한·미 FTA 재협상이 진행되면, 농업분야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임 교수가 주장하는 최선의 방안은 애당초 농업부문을 재협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매년 200억달러 내외의 무역흑자를 내고 있으나, 흑자의 대부분은 자동차, 철강, 반도체, 금속 등 제조업 분야다. 반면 농업의 경우 미국이 오히려 한국으로부터 60억달러 이상의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고 있다. 이를 강조해 농업분야를 협상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만약 이러한 전략이 실패해 미국이 농업분야를 포함한 개정작업을 요구할 경우, 우리 정부는 한·미 FTA 발효 이후 농업부문 이행 효과에 대해 양측이 공동으로 객관적인 조사·연구, 평가를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미국이 재협상 과정에서 주장할 수 있는 터무니없는 농업분야 추가개방 요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임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은 71억8200만달러인데 반해 한국산 수출액은 7억1800만달러로 대미 농산물 무역수지 적자가 심각하다. 10배가 넘는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제시할 경우, 추가 개방을 요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오히려 농업부문의 이익균형 차원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무역적자 산업인 농업에 대한 양허수준 조정 등을 요구해야 한다는 게 임 교수의 지적이다. 예컨대 미국산 쇠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 분유 등 유제품, 오렌지·체리 등 과일류에 대한 관세율 조정, 저율관세할당(TRQ) 물량 및 확대방식 수정 등을 요구할 수 있다.

피해보전직불금과 폐업지원제도는 FTA로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임 교수는 “국내 제조업계와 언론을 중심으로 우리가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다른 분야의 통상이익확보 차원에서 경합하지 않는 품목을 위주로 양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수입 농산물이 많아지면 국내산 농산물 소비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농업생산자들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품목을 생산하려고 하면서 수입이 되지 않는 품목에도 개방의 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미국에 높은 수준의 농산물 시장 개방을 허용하는 순간, 한국과 기존에 FTA를 체결한 국가들뿐만 아니라 향후 FTA협상을 체결하는 다른국가들도 협상과정에서 미국수준의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국한우협회 황엽 전무는 “FTA 체결당시에도 미국산 쇠고기에 40%관세를 허여하면서 한우산업이 큰 피해를 입었다. 폐업농가만 2만여개가 넘는다. 정부가 대책을 세웠지만 체감하는 농가가 없다”며 “현실적으로 그나마 ‘피해보전직불금’이 도움이 됐었는데, 수입기여도를 반영하면서 있으나 없으나 한 제도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 김광성 회장도 “미국내 한국 쌀 시장 개방요구가 높아 한·미 FTA 재협상시 논의품목이 될 확률이 높다”며 “국내 쌀 시장은 여러 위기에 직면해있는 상황으로, 단가 또한 올해 8월말 기준 1600원도 안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세철폐는 쌀 산업을 붕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 동아시아자유무역협정과 정용호 과장은 “미국에 평가를 먼저 제안한 상태이고, 재협상에 대해 논의된 것은 아직 없다”며 “농수산물 수입·수출이 10배 차이가 나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 업계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노력하겠다. 이와관련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모니터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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