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전국에서 올라온 가맹점주들이 참석한 ‘가맹사업법 개정 촉구대회’에 한국GM 정비사업자들로 구성된 ‘한국지엠 전국정비사업자연합회’도 함께 했다. 그런데 한국지엠 전국정비사업자연합회(이하 연합회) 소속 200여명의 회원들은 가맹사업법에서 정한 가맹점주가 아니다. 가맹점주도 아닌 이들이 본업인 정비를 뒤로 하고 ‘가맹사업법 개정 촉구대회’에 참석한 이유가 궁금해, 중기이코노미는 연합회 이계훈 수석부회장을 만났다.

“본사는 수익 챙기고, 부담은 정비사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

서울 시내의 한 한국GM 영업점 및 정비사업장 모습.   ©중기이코노미

또 ‘보증공임비’ 문제도 거론했다. 한국GM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는 5년동안 한국GM정비소를 통해 무료로 수리를 받을 수 있다. 이때 발생한 수리비는 한국GM에서 정비사업자에게 지불하는데, 보증기간이 지난 차량수리비의 20~30%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비사업자 입장에선 똑같은 일을 하지만 돈은 덜 받고 있는 셈이다.

이 수석부회장은 “지난 2006년 이후 2016년까지, 보증공임비가 11% 올랐다”며 “물가상승률이나 최저임금상승률에 미치지 못한다. 또한 현대차나 기아차 정비사업장과 비교해도 30~40% 정도 적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2011년 한국GM은 보증수리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했다. 그 과정에서 협의도 없었고, 정비사업자는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보증기간을 벗어난 일반차량 수리도 문제다. 자동차 수리에 필요한 부품은 한국GM이 공급하고 있다. 이 수석부회장은 “현대나 기아가 부품을 정비사업장에 공급하며 얻는 마진이 대략 15% 정도라면, 한국GM은 못해도 100%는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한국GM은 높은 마진을 취하지만 정비사업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고, 높은 부품가격 때문에 가격경쟁력도 없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비사업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가, 소비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수석부회장은 “대기업의 이름을 걸고 서비스를 제공하면 소비자들은 서비스가격의 일원화를 기대한다”며 “한국GM 간판을 달고 운영하는 정비사업장 한 곳에서 수리비용이 비싸면 당장 불만이 발생하고, 이를 접한 본사는 해당 정비사업장에 벌점을 주며, 벌점이 쌓이면 한국GM 간판으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장은 서비스가격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고, 본사가 제시한 금액을 협상도 못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셈이다. 연합회가 지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에 한국GM을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처벌해 달하고 신고를 한 이유이고, ‘가맹사업법 개정 촉구대회’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한국GM 한 정비사업장 고객상담실.   ©중기이코노미

“기준 없이 본사 마음대로 경고 조치…겸업도 허용했는데”

올해 1월 5곳의 정비사업자가 한국GM과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계약해지 조건인 ‘2년간 경고 3회이상’을 받았다는 것이 계약해지 사유다. 경고를 받은 사정을 들어보니, 세차례에 걸쳐 40여만원씩 매출을 허위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3회의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이 수석부회장은 “매출 10억원이 넘는 정비사업장에서 40만원을 남기기 위해 허위신고를 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산시스템에 클릭 한번, 점 한번 잘못 찍어 실수했을 가능성은 아예 무시한 채 경고조취를 했다”며 “다른 브랜드 정비사업장의 경우 오신고와 허위신고를 구분하고 있는데, 한국GM은 무조건 허위신고로 판단해 정비사업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한 정비사업장이 받은 경고사유는 더욱 황당하다. 해당 정비사업장에는 전기콘센트가 빠진 전기제품이 있었는데, 이를 두고 ‘콘센트가 빠져 기계가 작동하지 않으니, 불량한 기계를 배치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다”며 “경고처분 기준은 본사 마음대로다. 특히 재계약을 하지 않은 사례가 이전까지 한 건도 없었다가, 지난 2015년 연합회가 생기고 공정위에 가맹사업법 위반신고를 한 이후 처음으로 나온만큼, 현재 정비사업자들은 움츠려든 상태”라고 전했다.

또 한국GM 정비사업장의 수익이 열악하다 보니 다른 브랜드의 자동차나, 심지어 지방사업장의 경우에는 농기구를 수리하는 일도 한다고 했다. 모자란 수익을 벌충하기 위해 벌인 이런 ‘부업’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가맹사업법에서 겸업을 금지하고 있는데, 한국GM 정비사업장이 ‘겸업(부업)’을 하고 있으니 가맹점이 아니란 것이 공정위의 결정이었다. 관련법 규정을 몰랐던 것도 ‘죄’이지만, 정비사업자 입장에선 억울한 구석이 있다.

이 수석부회장은 “2003년 한국GM은 정비사업장들이 어려우니 다른 브랜드 차량을 수리해도 좋다는 공문을 보내왔고, 그에 따라 겸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한국GM은 아무 말도 없다. 이제와서는 겸업을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전국정비사업자연합회의 이계훈 수석부회장은 “한국GM이 정비사업자들의 대화요구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문제는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려는 양자간 대화나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수석부회장은 “연합회는 2015년부터 다섯차례 한국GM 본사에 공문을 보내 대화를 요구했지만, ‘연합회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며 대화요구를 모두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역시 정비사업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연합회가 한국GM을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신고한 이후, 공정위는 연합회가 제출한 신청서류외 어떠한 서류도 요구하지 않았고, 한국GM의 답변서만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연합회에서 직접 찾아가 얘기라도 들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당시 담당직원은 ‘필요없다’, ‘바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는 것이 연합회의 주장이다.

한국GM에 대한 가맹사업법 위반신고 사건과는 별개로, 연합회는 한국GM과 체결한 ‘정비위탁사업장 운영에 관한 협약서’에 대한 약관심사 청구를 지난해 2월 공정위에 제출했고, 그에 대한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협약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1년 단위의 짧은 계약기간 ▲기준이 없는 계약해지 조건 ▲협의없이 정비사업자에게 제시하는 계약서 등이다. 이 수석부회장은 “약관심사를 의뢰받은 변호사가 ‘어떻게 대기업과 이런 계약서를 가지고 계약을 맺을 수 있느냐’며 놀랐을 정도”라며 “그런데 3장짜리 계약서에 대해 공정위는 1년 반동안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이 바뀐 후 연합회가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지난 8월 공정위에서 한국GM의 가맹사업법 위반 여부를 다시 조사하겠다고 알려왔다. 또 한국GM도 부품단가를 다소 조정했다”며 “조금은 달라질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은 “정비사업자와 한국GM 사이 부품단가, 공임비, 계약해지 조건 등을 협의하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는 투사도 아니고, 한국GM이 같이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한국GM이 없으면 정비사업자도 없다. 인간적 대우를 받으며 동반성장을 할 수 있는 그런 사업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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