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업가이자 27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출판 재벌 피터 브랜트(Peter M Brant, 1947~ ).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어린 시절 친구였다는 것이 세간에 회자가 됐다.

선친의 가업을 이어받은 브랜트는 현재 제지회사인 화이트 버치 페이퍼와 매거진을 발행하는 브랜트 출판사, 자선사업기관인 브랜트 파운데이션의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 외에도 그리니치 폴로 클럽의 창립자이자 최고의 아마추어 폴로 선수이며 켄터키 경마 대회의 공동 오너로서 우승 경험이 많은 경주마들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부분은 현대미술 컬렉션.

젊고 파격적인 예술적 실험을 보여준 작품 수집

어렸을 때 동전 모으기 취미를 가졌던 피터 브랜트가 13살 무렵부터 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아버지 영향이다. 그의 부친은 13개 국어를 구사하는 지성인이었고, 로코코 시대의 작품 매니아였다. 유럽의 미술관과 박물관 순회 때에는 꼭 브랜트를 데리고 다니며 미술 수업을 시켰다. 

브랜트는 15~16살 경부터 올드 마스터 작품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특히 프랑스 회화와 인상주의, 전후표현주의 작품들에 흥미를 느끼고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린 시절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지금도 계속 미술사 공부를 하며 자신만의 컬렉션 안목을 높여가고 있다.

브랜트는 콜로라도 대학 재학시절 앤디 워홀과 프란츠 클라인 작품을 수집하며 컬렉터의 길로 들어선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북미 화가를 비롯한 현대미술작품들을 꾸준히 수집하고 있다.

그는 미술작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오늘날 가장 흥미로운 사람들이라고 말하며 제프 쿤스, 로이 리히텐슈타인, 프란츠 클라인, 애드 라인하르트와 재스퍼 존스 등과 같은 당대 비교적 젊고 파격적인 예술적 실험을 보여줬던 작가의 작품들을 수집했다. 특히 작가의 유명세나 경력에 연연하지 않고 작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제프 쿤스다.

Brant Foundation Art study center<출처=brantfoundation.org>

지금은 작품가격이 수백억원이 넘는 세계적인 작가이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제프 쿤스는 평범한 작가군에 속했다. 심지어 작품 제작을 의뢰한 주물업체가 도산하면서 작가로서 파산을 고민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처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때 극적인 드라마가 일어나는데 브랜트가 크리스티 경매에서 제프 쿤스의 핑크 팬더(Pink Panther, 1988) 작품을 180만달러에 낙찰 받은 것이다. 이 금액은 기존 작품의 4배 이상되는 금액이었다. 제프 쿤스는 이 경매 이후 작품 가격이 크게 올라 미술계의 기대를 받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재기할 수 있게 됐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이 2000년도 5월 경매에서 1680만달러에 팔렸다는 점이다. 브랜트가 낙찰받은 금액의 거의 10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브랜트는 이처럼 예술작품을 수집하고 되파는 과정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그는 몇 번의 성공적인 거래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되팔아 이윤을 남길 것을 고려하진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즉 투자 개념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미친 짓에 가까우며 오로지 미술작품을 선택하고 수집하는 것이 자신의 삶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미술품 매매 과정에서 그가 남긴 거래차익은 어마어마하지만 그런 결과 또한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미적 안목과 과감한 결단력에 대한 보상일 뿐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수집가들이 미술작품에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세대 작가에 관심…“제2의 예술 르네상스 시대 열릴 것”

많은 예술가들과 친분을 쌓고 우정을 나누길 좋아하는 브랜트. 그는 작품 수집 못지않게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지원하는 일에도 열정을 쏟는다. 뉴욕현대미술관, LA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등에서 자문위원이나 후원자로서 역할을 맡고 있다. 다양한 자선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뉴욕예술아카데미에서 주는 명예훈장을, 휘트니미술관에서 주는 아메리칸 아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독일의 함부르크에 본사를 둔 명품 브랜드 기업 ‘몽블랑’의 문화재단이 주는 문화예술후원자상을 받기도 했다. 이 상은 세계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사람이나 기관에 주는 상이다. 배심원단은 33명의 후보자 명단에서 11명을 수상자로 선정한다. 2004년에 한국의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수상해 관심을 끌었다. 브랜트는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집했을 때라고 밝히며 예술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브랜트는 자신의 수집품을 사람들과 함께 감상하고 더 많은 작가들을 소개하기 위해 1996년 브랜트 파운데이션 아트 스터디 센터를 설립하고 매년 12회 이상의 전시회를 연다. 또 미술애호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예술적 안목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르네상스 시대에 번성했던 예술은 후원자들과 교회, 작품수집가들 덕분에 영원히 보존될 수 있었고 미래는 또 다른 위대한 수집가들을 데려올 것이라며 제2의 예술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존 커린(John Currin)이나 엘리자베스 페이튼(Elizabeth Peyton) 같은 현대미술을 주도해나갈 차세대 작가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