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고용서비스 중심축인 고용노동부의 고용센터가 과도한 행정업무 때문에 일자리 창출 등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고용서비스의 질이 취업상담 및 알선 등 민간이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해 ‘(가칭)국민일자리공단’을 설립, 양질의 통합적인 고용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고용센터, 고용보험 피보험자 관리나 부정수급 감시업무 많아

20일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공고용서비스 혁신방안’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2013년기준 실업인정 담당자 1인당 연 처리건수는 1만1516건으로, 하루 평균 44건이다. 또 고용센터 업무 수는 2005년 46개에서 2015년 108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고용센터가 수행하는 업무 수를 기준으로 보면, 40%만이 일자리 창출 지원 서비스이고 나머지 60%는 고용보험 피보험자 관리나 부정수급 감시업무 등 고용창출과 거리감이 있는 업무다.

특히 최근 노동시장이 악화된 상황에서 고용지원금, 피보험자 관리, 실업급여 등 부정수급 감시 등 고용센터 직원들의 행정업무 부담이 늘어나 정작 구인·구직 및 취업알선에 투입하는 시간이 점점 감소하고 있는 것이 더 문제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승택 원장직무대행은 “취업자, 실업자들이 고용센터를 찾을수록 고용센터의 행정업무는 늘어나고, 그만큼 상담원의 상담시간은 줄어드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또 내부적으론 공무원, 상담원, 정규직, 계약직 등으로 인력이 나눠져 갈등이 있는 등 고용서비스 발전을 도모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새정부의 일자리 정책으로 인해 고용관련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고용노동부와 고용센터의 업무는 대폭 증가할 전망이지만, 현재 인력구성과 업무구조로는 효과적인 정책수행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을 위해 고용서비스를 통합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가칭)국민일자리공단’을 설립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중기이코노미

한국노총 정책본부 장인숙 고용정책국장의 진단도 같았다. 장 국장은 “고용센터 대부분의 인력이 고용보험업무에 집중하고 있어 낮은 수준의 취업지원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며 “전문상담원도 부족해 심층상담, 개별지도 역시 거의 이뤄지지 않고 단순 취업정보만 제공해 취업성과가 낮다”고 말했다. 또 “민간고용서비스 기관에 대한 지도와 감독업무에 치중하다 보니 공공·민간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시도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국장은 “다른 국가들이 국민의 직업능력을 높이기 위해 평생학습과 고용서비스를 연계해 통합적인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중앙부터 다양한 고용·인적자원개발사업들이 분산·중복돼 시행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고용 관련 사업, 지자체와 중앙부처 사업 간의 연계가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민간과 공공 고용서비스 연계…‘국민일자리공단’ 설립하자

강원도희망리본 조만업 이사장은 현재 공공부문에 나눠진 고용서비스를 통합체계로 구축하고 이와함께 ‘(가칭)국민일자리공단’을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조 이사장은 “사회안전망인 국민연금보험과 건강보험, 산업재해보험은 각각 국민연금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공단 형태이지만, 고용보험은 공단형태가 아닌 고용노동부 고용센터”라며 “4대보험 업무를 수행하는 4개기관중 고용보험만이 유일하게 민간이 아닌 공무원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문제해결기관이 아닌 감시·감독업무에 치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공고용서비스 혁신방안’ 토론회.   ©중기이코노미

“수요 많지만 예산한정”…“다른 보험공단과 고용보험은 달라”

고용센터와 민간고용서비스의 중복사업에 대해, 고용노동부 김유진 고용서비스 정책과장은 “고용서비스는 공공·민간 양쪽에서 지금보다 훨씬 많이 늘어나야 한다. 현재 고용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음에도 공공조직으로서의 예산한정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고용센터가 할 수 없는 범위는 민간위탁을 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용센터가 가지고 있는 좋은 사업은 균질하게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 민간서비스기관에 대한 감시·감독업무 하중에 따른 고용서비스 질 저하 주장에 대해서는 “감시·감독이란 표현보다는 관리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 설립제안과 관련해서 김 과장은 “고용보험 외 다른 보험의 공단은 정책이 정리된 다음 집행만 남아, 집행기관으로의 성격이 강하다. 산재보험의 경우 정책적 기준이 다 마련된 후 집행만 남아 근로복지공단으로 이관된 케이스”라며 “고용보험은 성격이 다르다. 실업급여만 해도 지급비용·기간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존재한다. 정책적 차원의 문제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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