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서는 짝수 해에 전세가격이 많이 오른다는 속설이 있다.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이후 임대차 보호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되면서, 1990년 이후 매 2년 주기로 전세계약 갱신과 함께 이사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짝수 해 전셋값 폭등’ 속설은 그러나 언제나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주택가격 정체와 전세 선호현상의 심화 등으로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홀수 해인 올해 역시 전세가격이 크게 올랐다.

급기야 전세가격이 과거 주택 매매가격에 육박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닥터아파트는 11월 서울지역 3.3㎡당 전세가격이 평균 908만원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2002년 8월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인 893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고공행진을 하는 전셋값이 내년에는 진정될 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입주물량 확대로 인해 전셋값 상승이 진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짝수 해’ 속설대로 내년에도 상승폭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재개발과 재건축에 따른 신규분양과 이주수요가 전셋값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에 주목할 만하다.

“입주물량 증가로 전셋값 안정” 전망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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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내년도 전셋값 상승세가 올해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전문위원은 ‘2014년 부동산 시장 변수 점검 및 전망’ 보고서에서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그동안 단기간 가격 급상승에 따른 피로감”등을 지적하며 이런 전망을 내놨다.  

실제로 내년 수도권 지역 아파트 입주물량은 수도권 지역의 경우 9만5000가구로 올해의 8만8000가구에 비해 8.0% 늘어난다. 서울은 3만1000가구로 올해에 비해 9.4% 증가하며 인천 역시 1만2000가구로 올해보다 48.2% 늘어난다. 경기지역은 5만2000가구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예정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전망대로라면 ‘짝수 해’ 속설이 내년에는 들어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이 전망이 ‘전세난이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식의 주장은 아니다. “최근의 전세난 원인으로 지목된,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는 경향과 집주인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구조적인 문제 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이와 반대로 ‘짝수 해’ 속설이 들어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키는 서울지역 재개발과 재건축 진행에 따른 이주수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내년 전셋값 향방 가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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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단계별 가구 수는 사업시행인가 단계가 100개 구역 9만6659가구, 관리처분인가 단계가 32개 구역 2만7980가구에 달한다. 통상 관리처분인가 이후 이주와 분양이 진행되기 때문에 내년에는 2만7980가구의 이주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9년간 최대치다.  

연도별 재개발·재건축 가구는 2006년 1만375가구에서 2007년 2만1067가구로 급증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1만6877가구, 2010년 1만2398가구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이주 및 분양이 완료된 재개발·재건축 가구 수는 2만4060가구에 달했다.

재건축 가구의 이주수요는 항상 전셋값에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에 서울 지역의 대규모 재건축 이주수요가 내년 수도권 전셋값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사업시행인가 단계인 가구 중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처럼 선이주를 진행한 경우도 있다.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관리처분인가 단계 이전에 선이주를 추진한다면 이주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강동구 고덕주공 2~4, 6, 7단지의 경우 2011~2012년 사업시행인가 통과 이후 1만1378가구의 관리처분과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부동산114는 “국지적으로 전월세 불안이 커질 수 있으므로, 내년 이주수요가 다소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동구 서대문구 성동구 양천구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전월세 가격 상승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이들 지역에서 2014년 재계약을 앞둔 임차인이라면 가격 상승 이전에 미리미리 전월세계약 갱신을 끝마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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