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을 노리는 소프트웨어 중소·중견기업이라면 인도의 우수한 IT인력을 활용하라는 조언이 나왔다.

인도계 IT서비스 기업 KPIT 이규진 한국지사장은 한국무역협회와 (사)인도연구원이 21일 공동 주최한 ‘2017년 인도의 4차산업혁명 현황과 한·인도 협업방안 세미나’에서 “대기업의 경우 인력이나 비용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해당지역에 연구소를 설립해 현지인 엔지니어를 채용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현실에서 이같은 일은 힘들다”며 “현지기업과 협업을 하면 인도의 우수한 IT인재와 네트워크도 활용할 수 있고, 해외시장으로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마켓리더로 인도가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침체에도 인도의 IT산업은 꾸준히 두자리 수 성장률을 유지했다.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2015~2016년 인도의 IT부문 매출액은 1460억달러에 이른다. 인도 GDP의 10%를 상회하는 규모로 2020년엔 2250억달러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4차 산업혁명의 마켓리더로 인도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IT부문에서 인도의 급성장은 IT인재 저변확대와 모디정부의 사물인터넷(IoT) 육성정책에 따른 결과다. 인도는 1950년대부터 IIT 등 대학원중심 대학을 설립해 고급인재 양성에 주력했으며, 최근에는 IT 전문인력을 중점 육성하고 있다. 

이 지사장에 따르면 인도에서 한해 배출하는 엔지니어만 2014년기준 40만명에 이른다. 매년 1만3500명의 엔지니어를 배출하는 한국과 비교하면 약 30배차다. 고급인력임에도 인건비가 낮아 세계시장에서 인도는 경쟁력있는 아웃소싱파트너로 부상했다. 현재 모디정부가 ▲디지털인디아 ▲스마트시티 ▲IoT 발전 생태계 구축 ▲스타트업 인디아 등 IT와 IT 응용서비스 육성을 국가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어, 향후에도 성장잠재력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인도의 IT인재와 네트워크를 활용한 세계시장 진출

반면 한국의 경우 하드웨어와 시스템분야는 세계적 수준인 반면 차세대 정보통신분야를 이끌어갈 것으로 예측되는 소프트웨어산업과 IT서비스 경쟁력은 낮은 수준이다. 해당부문 인재가 모자라는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따라서 인도의 우수한 인재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 이 지사장의 주장이다.

특히 인력이나 비용이 모자란 중소·중견기업은 글로벌경험이 많고, 비즈니스실적을 통해 검증된 인도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기업을 활용하면 유리하다. 인도기업의 기존 프로세스와 인력, 시스템 등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과 현지화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빠른 시간내 개발이 가능하고, 한국인만의 고정된 시각과 아이디어 한계에서 벗어나 제품개선과 신기술도입 등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 또 다른 장점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NRI(재외 동포 인도인)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내 유력한 기업 CEO 상당수와 스타트업 창업자의 7%가 인도인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 비즈니스도 유리하다.

정보보안시장 유망…사물인터넷 시장 급성장 전망

분야별로 살펴보면 정보보안 시장이 유망하다. 인도는 인력을 토대로 한 서비스분야는 강하지만 시스템 등 하드웨어분야의 경쟁력은 낮기 때문이다. 인도정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사이버공격이 급증해 2015년에는 거의 5만건의 사이버공격을 받았다. 거의 매년 10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게 이 지사장의 말이다. 

특히 인도정부와 민간의 ICT 인프라투자 확대로 모바일 앱, 인터넷·모바일 뱅킹, 클라우드의 사용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사이버범죄의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는 추세다. 사이버공간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보안분야 투자가 늘어날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의 주요기술로 꼽히는 사물인터넷(IoT) 시장도 빠르게 성장한다. 인도소프트웨어개발자협회(NASSCOM)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56억달러에 불과했던 인도 IoT시장 매출액은 2020년 150억달러로 증가한다. 같은기간 인도 IoT활용 제품 수 또한 2억개에서 27억개로 약 13배 이상 늘어난다.

긍정적 요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상이한 정서와 기업문화로 협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는 게 이 지사장의 설명이다. 

특히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해외기업과 협업경험이 미미해 프로그램 개발과정에서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고, 협력파트너가 정보보안을 이유로 자료공개에 소극적인 경우도 적지않다. 소통문제를 해결하고 이견조정 과정을 거치다보면, 개발이 지연되고 견적비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발주기업과 협력기업간 관계가 수직·종속적 ‘갑을관계’인 한국과 달리 인도는 수평·대등한 입장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점도 차이다.

이 지사장은 “직접 진출과 비교할 경우 비용이 더 추가되는 것 같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며 “다만 중장기적으로 협업하는 경우 단가상승에 대비한 나름의 전략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서 해외진출 스타트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북미, 중국, 유럽 등에 집중돼 있고 인도는 빠져있다”며 “인도 관련 글로벌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시장정보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도 “새정부가 인도에 대한 협력을 강화한다고 한만큼 인적교류를 늘리는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줄 것”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