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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노동법교육 의무화…생활임금 확산” 시민토론회…“일에 관계없이 사람다운 대접을 해줘야”

기사입력2017-09-22 11:2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문재인정부 노동정책의 근간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압축될 수 있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보장함으로써, 근로자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한편 기업과 가계간 불평등한 분배구조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민이 지향하는 노동정책 역시 ‘현재 정해진 법을 사용자가 잘 지키고, 근로자가 사람다운 대접을 받는 것’이란 점에서 문재인정부와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서울시는 21일부터 22일까지 경제민주화를 상생·노동·공정분야로 나눠, 각각 시민 100명을 초대해 의견을 듣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21일 저녁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시민토론회’에 참석한 100명의 시민들은 노동부문에서 ▲적정소득 보장 ▲고용안정 ▲협력적노사관계라는 큰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존중받아야 함에도 하는 일에 따라 차별받는 것이 현실”

세가지 부문 주제토론에서 토론자들의 공통적인 지적은 ‘인권보장’ 또는 ‘사람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사용자들이 있는 법부터 잘 지키는지, 정부가 먼저 법 집행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한 시민은 “하는 일이 천하다고, 사업의 규모가 작다고 인격적으로 하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누구든 인격적으로 존중받아야 하지만 하는 일에 따라 사람이 차별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에서 차별받는 비정규직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함께 제대로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 비정규직을 위한 협동조합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프리랜서나 특수고용직처럼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거나, 아르바이트처럼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법으로 좀 더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런 인식이 공유됨에 따라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노동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시민은 “‘고용환경 감시 암행어사’ 제도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열악한 고용환경을 적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근로자들이 법을 알아도 사용자와의 힘의 불균형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노동법 위반에 대해 근로자가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는 ‘근로자 마음의 소리’ 창구를 사업장별로 설치해, 좀 더 가까이에서 근로자의 목소리를 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창업자에게 노동법교육 의무화…생활임금 확산

현행법을 강화하기보다 있는 법부터라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창업자에게 노동법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고, 중·고등학교 교과과목에 노사관계 과목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적정소득 보장’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주목받은 것은 생활임금제의 정착과 확산이었다. 서울시는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생활임금제를 도입해, 지난 2015년 서울시 직접 고용근로자 1039명에게 당시 최저임금 시급 5580원보다 높은 6687원을 지급했다. 서울시가 정한 내년 생활임금은 시급 9211원, 월급 192만원이다. 그러데 정부가 정한 내년 최저임금은 시급 7530원, 월급 157만3770원이다. 서울시 생활임금 시급 및 월급은 정부 최저임금보다 시급은 1691원, 월급으론 34만6230원이 많다.

21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시민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공통적인 지적은 ‘인권보장’ 또는 ‘사람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생활임금제에 대해 한 시민은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지자체에서 만회해줄 필요가 있다”며 “법으로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하되, 지자체 상황에 따라 차등적용할 기준을 마련한다면 확산이 좀 더 쉬울거 같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요양보호사의 경우 사업주는 민간이지만, 임금은 세금으로 지원되는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동일노동·동일임금이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세금으로 지원되는 일자리에 대해서는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을 지불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자의 소득을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정임금 기업 인증제’…취업자들도 구직할 때 참고할 수 있을 것”

적정소득 보장을 위해 기업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시민은 “정부가 적정임금 기준을 만들고, 이를 지키는 기업에 대해 ‘적정임금 기업 인증제’를 시행하면 취업자들도 구직할 때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기업명단을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 근로자와 사용자간 윤리경영표준협약서 제정, 사업체의 영업이익을 근로자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평생직장을 기대하기 힘든 시대에 직업전환 교육이 고용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 시민은 “20대에는 자기가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시기이지만, 30대나 40대 그 이상의 세대들은 그렇지 않다”며 “세대별 맞춤형 직업전환 교육이 더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정부에서 어떤 직업교육을 시행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며 직업교육에 대한 홍보를 지금보다 더 강화해 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경제민주화 시민토론회’에서 나온 시민들의 의견을 취합해 향후 시정책에 반영할 예정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이동주 정책부장은 “앞으로 시에서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민간자문단의 의견을 많이 들을텐데, 이날 토론회는 그에 앞선 실험적인 자리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할 것이며, 지속적으로 진행되면 지금보다 더 좋은 의견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