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마찰을 우려하는 일부 정치권과 대기업의 반대논리를 뚫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제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적합업종제도는 민간합의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대·중소기업간 합의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법적 구속력 없이 대기업의 자율적 이행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합업종 보호조치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또 대·중소기업간 이견이 클 경우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합의후 합의사항을 위반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적합업종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적합업종제도 법제화를 통해 실효성을 높이고, 구속력을 강화하면 할수록 통상마찰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통상협정으로 시장접근에 아무런 제한을 하지 않기로 양허한 업종을 영위하는 외국기업에 규제를 가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특히 적합업종 지정 이후 권고사항으로 외국기업의 신규·확장투자가 어려워지거나, 기존 사업을 축소·이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시장접근의무 위반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적합업종제도 운영과 관련 구체적인 통상마찰이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민간합의 형태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그러나 현행 적합업종제도가 내·외국기업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닌, 대·중소기업 규모 기준으로 운영되는 만큼 통상협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란 견해가 많다.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당시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이 적합업종제도의 통상마찰 우려에 대해 적극적인 방어논리를 펼치지도 않았고, 실태조사조차 한번 시행하지 않아 ‘중소기업청’ 이름을 무색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은 점이다.

청에서 부로 승격된 만큼, 올해 국감에서는 중소기업벤처부가 적합업종제도 실효성 강화를 위한 대안을 요구할 것이란게 중소기업계의 전망이자 희망이다. 특히 올해부터 ‘3+3’ 최대 6년의 적합업종 지정기간이 끝나는 품목이 발생함에 따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마찰우려 적은 품목 법제화·보호·지정…중기부와 협의중”

이와관련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훈의원실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지난해까지 중소기업청이 산업부 하에 있었지만 올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됐고, 적합업종제도 법제화에 통상마찰이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며 “현재 실태조사를 통해 적합업종 품목을 통상마찰 우려 수준에 따라 4분류로 나누고, 마찰우려가 적은 품목은 법제화와 함께 보호·지정하도록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적합업종 입법화만을 목표로 하다 이견을 좁히지 못해 임기만료로 폐기된 경우를 피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를 거쳐 조정이 된 면이 있다”며 “적합업종 품목지정에 대해 동반위가 추천하면 정부에서 적합업종 심사위원회를 두고, 위원회 심사후 지정하도록 해 현재보다 강제성이 있도록 논의 중이다. 또 대기업에 무조건 시장철수와 같은 방안을 요구하기보다는 상생을 위한 기간과 여지를 두고, 이를 지키지 않을시 이행강제금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