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장관자리가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있는데, 하루빨리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통합·관리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무엇보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강조하면서도 정부부처마다 유사·중복되는 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정책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대기업의 불공정한 거래관행 개선과 함께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성장론을 제시하면서 그 어느때보다 중소·벤처업계의 기대는 크다. 기존의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법안발의권으로 ‘중소기업 전성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희망도 있다. 그러나 정책의 컨트롤 타워의 책임자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여전히 공석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적격여부를 떠나 박성진 중기부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이후 자진사퇴하면서, 장관 인선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중기부는 업무공백이 더 길어지게 됐다. 장관 인선후 실장급 인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획조정실장을 제외한 나머지 실장 인선도 미뤄지고 있다. 실제 장관 밑에서 실무를 총괄할 실장 네 자리 가운데 세 자리가 공석이다. 

공정경쟁 환경정착,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 만들기 등 중소기업·소상공인 관련 현안이 산재해 있음에도 정책추진이 늦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장 다음달 12일부터는 국정감사가 진행되는데,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이정희 교수는 최근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중소벤처기업계는 공정한 거래를 위한 사회구조개선, 대기업 종속 탈피, 혁신역량 증대,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 자생력 강화 등 다양한 숙제를 안고 있다”며 “특히 큰 과제 가운데 하나가 정책 조율인만큼 중기부가 서둘러 중소기업 관련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지원책이 전 기관에 걸쳐 있고 이에따라 제대로 된 지원이 어렵기 때문에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과거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중소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기준 총 448개 지원기관에서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통합된 체계가 없으니 사전·사후 관리가 미흡할 수밖에 없고, 유사·중복된 지원정책을 조율할 수 없다보니 예산낭비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간, 부처간 융합이 중시되면서 지원 통합기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정희 교수 또한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관련 정책의 유사성과 중복성을 해소하기 위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을 강조한다. 또 기반이나 여건을 조성하는 단편적인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자생력과 혁신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성장단계별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