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사관계는 굉장히 후진적이다. 그런데 가맹점 사업자들이 이런 노사관계를 따라가려 한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최근 열린 공정위 신뢰회복을 위한 토론회에서 대한상공회의소 한 관계자가 가맹점·대리점·대기업협력업체 등 사업자의 집단자치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제발표 후 내놓은 발언이다. 노사갈등과 임금인상 요구에 시달리는 대기업에, 협력사 갈등과 리스크까지 부담시킬 경우 자발적인 상생협력 활동마저 위축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서는 경영외적 리스크가 가중되는 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최근 발생한 서울 240번 버스기사 사건을 언급하며, 특정하기 힘든 억울함을 겪은 피해자가 ‘대기업 갑질’ 등 강자를 탓하며 검찰에 고발하거나 언론 혹은 SNS 등에 관련 내용을 확산시킬 경우 낙인효과로 기업이 희생양이 될 우려가 있다고도 말했다.

이 발언을 들은 토론회 참석자들은 반발했다. 한국의 노사관계를 후진적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문제이고, 근본적으로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 중소기업과 중소사업자를 위협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현실에 대한 개탄이었다. 이날 대한상의 관계자의 발언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중소상공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통상 이런 토론회의 대기업 대표 발언자로는 전경련 측에서 맡아 왔으나, 최근 국정농단과 연루된 불미스러운 일로 대신 참석한 것이 대한상공회의소라고 주최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상의 토론문에는 그동안 대기업 독식으로 불공정이 난무한 시장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에 대한 반성이나 대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그동안 대기업 편을 들어주던 공정위가 개혁을 해 전방위·고강도 처방을 할 때, 이것이 대기업에 독이 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 뿐이었다.

대기업 측의 바뀌지 않은 이런 인식을 확인하고나니, 이날 토론회에서 공정거래위원장 한사람 바뀌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온 것도 이해가 간다. 공정위 개혁보다 대기업 개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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