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동양증권은 투자부적격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집, 동양그룹내 비금융계열사를 지원했다. 이로 인해 비금융계열사의 부실이 전체그룹으로 전이되고, 불완전판매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제2의 동양증권 사태 막기 위해 금융그룹 통합감독 추진

2개 이상의 금융회사가 동일지배력으로 연결된 금융그룹 수는 2005년 34개그룹 125개사에서 2016년 43개그룹 192개사로 늘었다. 이들 그룹의 총자산은 3733조원으로 전체 금융시장의 83%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처럼 금융그룹의 규모와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감시·감독체계는 여전히 개별기업에 맞춰져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체계를 추진중인 금융당국을 포함, 다수의 금융전문가들이 ‘제2의 동양 사태’를 우려하는 이유다. 이에따라 정부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금융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그룹은 보통 동일인의 지배를 받는 2개 이상의 금융회사로 구성된 기업집단을 말한다. 영위업종 기준에 따라 그룹내 기업들이 동종금융그룹에 속하는 경우와, 2개이상 업종을 영위하는 복합금융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금융업이 발달함에 따라 겸업화를 통해 규모 및 범위의 경제효과를 도모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복합금융그룹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융그룹의 대형화·겸업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금융그룹 43개중 32개가 복합금융그룹이다.

또 소유지배구조 기준에 따라 지주회사체제의 금융지주그룹과, 지주회사체제는 아니지만 금융업종 모회사를 정점으로 지배구조를 형성한 모자형금융그룹, 그리고 그룹 안에 금융회사 외 비금융회사가 포함돼 있는 금산결합금융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금융지주그룹은 금융지주회사법을 통해 그룹차원에서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타 형태는 그룹차원에서의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금융지주회사그룹은 금융지주회사가 법에 따라 그룹 전체 위험을 통합관리하고, 연결기준에 의한 건전성 감독, 그룹 자본적정성 및 유동성 평가의무가 있다. 그룹내 자회사간 신용공여 제한, 불건전 내부거래 금지 또한 법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모자형금융그룹이나 금산결합금융그룹에는 이런 의무가 없다.

금융지주그룹외 금융그룹 ‘자본중복계상’이 가장 큰 문제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7일 서울시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 공청회에서 “그룹차원의 통합감독이 적용되는 금융지주와 여타 금융그룹간 규제 차이가 현저해 전략적 규제회피 현상이 심화된다”며 “가장 큰 문제는 자본중복계상”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기업들은 보유하고 있는 자기자본을 통해 건전성을 평가받는다. 하지만 순환출자의 경우처럼, 모회사나 계열사가 출자한 자본이 다른 계열사의 자기자본에 포함되고, 이 과정을 거침으로써 가공자본이 형성됨에 따라 과대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과대평가에 따른 거품을 걷어내고, 자본중복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업종간 규체차이를 이용한 위험전이도 복합금융그룹의 문제점이다. 2013년 동양사태의 경우 동양그룹은 출자제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고, 특수관계인과의 거래규제가 여타 업권에 비해 약했던 동양파이낸셜을 통해 동양레저(7771억원)와 동양인터내셔널(5809억원)에 자금을 지원했다. 이 두 기업은 기업어음(CP)을 집중적으로 발행해 동양사태 당시 개인투자자 피해가 집중된 곳이다.

동양그룹처럼 그룹내 금융회사가 계열사 지원이나 내부거래로 특정 계열사에 위험이 집중되거나, 일부 계열사의 위험이 그룹 전체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개별 금융법은 그룹차원의 위험관리를 규율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금산결합기업집단은 금융계열사에 대한 관리체계가 미비하고, 각 개별기업에 대한 정보접근도 제한적”이라며 “위험전이나 특정기업으로의 집중 역시 사전인지하고 대응하기 어렵고, 부당내부거래 적발도 곤란하다”고 했다.

IMF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 리스크 평가가 미흡하다”

IMF는 2014년 한국의 금융부문을 “금융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 및 사전예방적 분석이 미흡하며, 주로 은행부문에 초점을 둔 개별감독 방식에 그치고 있다”며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 리스크 평가가 미흡하고, 위기상황분석 결과와 리스크 관리를 연계시키는 규제가 미비하다”고 평가했다.

소유지배구조 기준에 따라 지주회사체제의 금융지주그룹과, 지주회사체제는 아니지만 금융업종 모회사를 정점으로 지배구조를 형성한 모자형금융그룹, 그리고 그룹 안에 금융회사 외 비금융회사가 포함돼 있는 금산결합금융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사진은 신한금융그룹,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금융당국이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추진하는 이유는 앞서 언급된 문제들을 미리 예방하고 경영투명성과 단순화, 관리·감독을 용이하게 하고자 함이다. 지난 2015년 공청회에서 모범규준부터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준비부족 또는 업계반발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모범규준 제정과 함께 법제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홍성기 금융위원회 금융제도팀장은 “통합감독 대상이 되는 금융그룹의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한데 이 자체로 인한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경영투명성을 제고하는 공익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며 “모범규준은 행정지도 수준이기 때문에 이행강제력이나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법제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양사태는 영업행위 감독문제”…금융그룹 통합감독 반대

그러나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대한 반대론도 있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그룹 통합감독과 관련해 동양사태가 자주 거론되지만, 동양사태는 영업행위에 대한 감독의 문제이지, 금융업에 대한 감독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는 이미 규제가 강한데, 금융그룹 감독강화를 통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한다는건 이중규제로 보여지며, 불필요하다. 대부업체의 부실계열사 출자문제는 전형적인 규제 사각지대이며, 개별금융법을 강화함으로써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이 다르면 리스크도 다르고, 규제도 다르다. 전통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은행업은 높은 강도의 규제를 해왔지만, 보험이나 제2금융권은 은행만큼 높지 않았다. 규제차이를 이유로 비은행금융까지 규제를 강화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이중규제 주장에 대해 금융위원회 홍 팀장은 “동양사태 당시 동양그룹은 비금융회사들이 부실함에도 그런 회사들의 CP와 회사채를 소비자에게 팔았다”며 “통합감독을 통해 금융그룹이 상시적으로 그룹 전체에 대한 위험을 인지하고, 계량적으로 평가해 관리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후적으로 금융상품을 뜯어보고 걸러내는 방식보다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식이 자율적·상시적·사전적으로 위험을 피하는 방법이라 여겨진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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