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비싼 작품 중 하나인 폴 세잔의 회화 작품 ‘카드 플레이어’가 지난 2012년 1억5800만파운드(한화 약 2800억원)에 거래됐다. 이 작품을 매입한 사람은 카타르 국왕의 여동생 세이카 알 마야사(Sheikha Al-Mayassa) 공주. 그녀가 9월21일부터 4일간 개최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VIP 자격으로 방문한다고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폴 세잔의 Card Players<출처=wikimedia.org>

알 마야사 공주는 1983년 도하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했고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부모는 그녀를 유럽 유수의 경매장과 공연장을 데리고 다니며 예술교육을 시켰다. 그녀는 이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듀크대학교에서 정치학과 문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3년에는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공부해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하다. 졸업 후에는 아시아의 재난지역 피해자를 돕는 ‘리치 아웃투 아시아(Reach Out to Asia)’라는 비정부기구(NGO)를 설립해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1930년대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부를 축적한 카타르는 국민 1인당 GDP가 세계 2위다. 그러나 유전과 천연가스라는 한정된 자원으로 이룩한 부의 불안정성을 넘어서기 위해 2008년에는 ‘카타르 국가비전 2030’을 발표했다.

국가비전 2030 프로젝트의 핵심은 카타르가 산유국에서 세계 예술의 중심국가가 되겠다는 것. 그 일환으로 카타르 정부는 국립박물관과 아랍현대미술관, 이슬람 미술관을 설립했고 이 뮤지엄 세곳의 수장으로 알 마야사 공주를 선임했다. 국가예술개조 프로젝트의 선봉에 그녀를 세운 것이다.

세이카 알 마야사 공주<출처=vimeo.com>

국가개조 프로젝트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알 마야사 공주의 행보는 단지 미술에만 그치지 않는다. 카타르에 있는 예술가는 물론 영화 제작자들이나 문학가들을 후원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그녀는 한 포럼에서 “한 국가의 정체성은 예술과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며 자신은 “카타르만의 독자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구축해나갈 것이며,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서로 다른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피력해 이슬람 문화의 편견을 없애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슬람 문화를 세계에 소개하고 싶다는 그녀는 작품 컬렉션뿐만 아니라 현대미술의 아이콘이 된 무라카미 다카시와 데미안 허스트 등의 전시를 중동 최초로 기획해 전시기획자로서의 만만찮은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에서 최대 발행수를 자랑하는 아트앤옥션지와 아트뉴스는 2012~2013년 연속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파워컬렉터 Top 10’에 그녀의 이름을 올렸다.

이제 카타르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 그녀는 한 국가의 공주라기보다는 세계 미술계에서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됐다. 오일머니 파워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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