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세월호<사진=뉴시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009년 해운법 시행세칙 개정 과정에서 국토해양부에 제출된 ‘연안여객선 선령제한제도 개선 연구’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 부설 선박운항기술연구소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2008년 작성됐다.
이 보고서에는 선령제한 연장 시 해양안전의 약화가 우려된다는 선박검사기관 전문가의 조언이 실려있다. 선령을 20~25년으로 제한하는 제도는 1963년부터 약 45년간 운영해 온 제도로 연안여객선의 안전을 증진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선령제한제도를 완화하게 되면 여객선 선령이 높아져서 연안여객선이 대부분 노후선이 될 것이라는 점도 우려했다. 여객선의 특성상 단 한 번의 사고로 수많은 인명 손실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선박 사고율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춰서는 안되고, 단 1척의 사고를 막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선령 25년을 넘은 선박에서 여객사고를 동반하는 해양사고가 발생한다면, 이 제도를 완화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이익인 연간 약 250억원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 손실과 더불어 이 제도를 완화했다는 큰 사회적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제기했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는 이후인 2009년 연안여객선 선령제한을 기존 20~25년에서 30년으로 연장했고, 1994년 일본에서 취항한 세월호는 선령 18년째인 2012년 한국에 도입돼 지난해부터 승객을 실어날랐다. 선령 제한이 개정되지 않았다면 한국에 도입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게다가 보고서는 선령제한을 완화할 경우 “▲정부에서는 노후 여객선 안전관리요령을 개발 보급하며 ▲한국해운조합 차원에서 여객선의 해양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특별 캠페인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선박검사기관에서는 노후 여객선에 대한 엄격한 검사지침을 적용하고 또한 보수정비지침을 개발 보급하며 ▲운항관리자는 노후 여객선에 대해 특별한 관리를 실시하도록 하는 등 연안여객선 해양사고 방지를 위한 배가의 노력을 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선령제한 완화의 연구이유를 여객운송사업체의 민원 때문이라고 밝혔다. “여객선의 선령을 제한하는 현행 제도는 안전한 여객운송을 확보함으로써 해양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객선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했다고 하더라도 여객선의 선령이 제한한계에 달하면 동 여객선을 더 이상 항행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제도적 경직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문제는 경제적 효과 만큼 안전에 대한 대비가 되었느냐”라며 “안타깝게도 안전지침은 제대로 준비되지 않았고, 사고에는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경제적 이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의 큰 피해와 고통이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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