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과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요구할 경우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포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장에서 밝힌 김 본부장의 발언은 한미FTA 개정협상과 관련 ‘한국이 미국에 끌려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한미FTA 폐기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김 본부장은 “미국의 일방적 폐기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준비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를 보면 한국을 두고 ‘(미국이) 안보를 지켜주는데 무역흑자를 내며 무임승차를 한다’고 말해 미국 행정부의 생각을 알 수 있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및 유네스코 탈퇴 등의 행보를 볼 때 한미FTA 폐기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한국정부의 한미FTA 개정협상 방침은 실질적으로 FTA폐기에 대한 위험을 감지했기에 개정협상에 임한 것이지 미국에 휘둘리는 것은 아니란 의미다. 미국이 폐기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든 이상, 한국이 미국측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FTA 폐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의 발언에 대해 야당의원들은 정부가 한미FTA 개정협상이 없다고 말했다가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공격했고, 여당은 ‘정치 쟁점화’라며 반박했다.

“공동조사·분석없이 돌연 개정협상 시작한 이유는”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국내 내수시장이 지극히 적은 우리나라에서는 교역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FTA가 제대로 협상되지 않으면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이 온다”며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FTA 개정협상에 관해 꾸준히 언급했음에도, 우리 정부는 국내 정치용 발언이라는 식으로만 일축하지 않았냐”고  비난했다. 

같은 당 정우택 의원도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이 여당이던 노무현 정부때 한미FTA를 찬성했다가, 이명박 정부때인 2012년 한미FTA 발효 당시에는 을사늑약에 버금간다며 반대했다”며 “개정협상을 하려면 한미FTA에 대한 공동조사와 분석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런 과정없이 돌연 개정협상을 시작한 이유는 뭐냐”고 따져 물었다. 

“외교나 통상을 정쟁 도구로 삼는 시대 벗어나야”

야당의 공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FTA는 스포츠게임과는 달라서 일방이 완승을 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유독 한미FTA에 대해서는 국민 우려가 많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한미FTA에 대해 전반적으로 당당하게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주장을 견지해왔다” 반박했다.

이어 같은 당 김경수 의원도 “더 이상 외교나 통상 문제를 가지고 정쟁 도구로 삼는 그런 정치시대를 벗어나야 한다”며 “과거 우리 당도 그런 점이 있었다면 극복해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거들었다. 

답변에 나선 산업통상자원부 백운규 장관은 “한미FTA 개정협상에 들어간다면 국익 극대화와 이익균형이라는 원칙으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통상절차법에 따라 공청회, 국회보고 등 제반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